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여름이 1880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다고 전했다.사실 미국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폭염으로 신음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9월 5일 위치토폴스의 기온이 화씨 108도까지 치솟는 등 전역에서 화씨 100도를 웃돌았고,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도 화씨 104도까지 올랐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워싱턴, 메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폭염 주의보·경보가 내려져 8천만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여러 곳에서 임시휴교나 등하교 시간 조정 등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이제 더위와 폭염은 단순히 더운 차원을 넘어서서 자연재해나 재난으로 취급받고 있다. 수석 더위담당관(Chief Heat Officer, CHO)을 임명하고 폭염문제만 전담시키는 미국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LA는 2022년 6월 수석더위담당관에 마르타 세구라(Marta Segura)를 임명해 혹서기(heat seasons) 더위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세구라 담당관에 따르면 남가주 평균 기온인 94도를 넘는 날짜가 1년에 일주일 정도지만, 2053년까지 21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남가주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더위를 방지하기 위해, LA는 대중교통수단과 에너지 관련 인프라에 석유를 쓰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모든 건물에 2050년까지 온실효과(greenhouse) 유발 방지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냉방시설이 없는 저소득층도 문제가 된다. 특히 유색인종이나 이민자, 저소득층 거주지역 주민들이 문제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7월부터 히트 레디 캘리포니아(Heat Ready CA) 캠페인을, LA시는 히트 릴리프 포 LA(Heat Relief 4 LA) 캠페인을 통해 위해 공공장소에 쿨링센터(cooling centers)를 설치하고, 한국어 등 7개 언어로 폭염 대비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 역시 2021년 6월 제인 길버트(Jane Gilbert)를 더위담당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더위 문제는 당장 더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응급대처, 도시계획, 조림계획, 주택 등이 복합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이애미는 지난 15년간 1년에 105도 이상이 기온을 기록한 날짜가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5도 이상을 기록한 날짜가 50일 이상이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 결과 카운티 내 특정 지역에는 온열질환으로 입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대비하기 이해 마이애미는 올해 34개 지방자치단체 저소득층 아파트 등에 1700개의 에어컨을 설치했다. 또한 카운티내 20%에 불과한 조경율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으로 2030년까지 나무를 더 많이 심어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덥기로 유명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Phoenix) 시도 2021년 10월 데이빗 혼둘라(David Hondula)를 더위담당관으로 임명했다. 그에 따르면 피닉스시는 7월에 무려 기온 110도를 기록하기 시작해 지난 9월까지 54일 동안 이런 기온을 기록했다. 온열 질환 때문에 911신고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며, 지난해에 비해 온열질환 사망자가 25% 늘었다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그는 온열질환 사망자 가운데 40-50%는 노숙자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폭염 대비는 이뤄지고 있으나, 정작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미흡하다. 민주당과 공화당 차원에서 화석연료 줄이기, 녹색에너지 도입과 관련해 의견차가 너무 커서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혼둘라 담당관은 “대중들은 더위 문제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더위는 이제 단순히 여름에 덥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 우리의 건강부터 시작해 일자리, 산업, 정부정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여름은 끝났지만, 내년이 더욱 더워지지 않도록 우리 한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