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둘루스 유명 사우나 주차장 차 트렁크에서 한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젊은 한인 여섯 명이 체포된 가운데, 당초 용의자로 지목됐던 에릭 현(26) 씨가 자신도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11일 귀넷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으로부터 보석을 책정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또 다른 용의자인 이준호(26)씨의 보석심리(bond hearing)도 있었으나, 이 씨의 보석은 기각됐다. 또 같은 날 이씨의 모친인 이미희(54) 씨도 추가 용의자로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미희 씨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이준호, 이준현(22), 이준영(15) 삼형제의 어머니로, 귀넷 경찰은 그를 살인, 감금, 사망 은폐, 증거 조작,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체포,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했다.
7번째 용의자로 구속 수감된 이씨 형제의 어머니 이미희.
경찰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들이 트렁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피해자 조세희(33) 씨에게 종교단체 가입을 권유해 미국으로 오게 했으며, 조 씨를 굶기고 구타하는 등의 폭력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귀넷 검찰의 정한성 검사는 이날 보석심리에서 용의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준호 씨는 조 씨가 ‘입단 과정’을 거쳤다고 진술했다. 그녀가 자의로 ‘10일간의 트레이닝’을 거치는 중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준호 씨는 경찰 인터뷰에서 조 씨가 물건을 훔치는 등 ‘규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또 이준호 씨의 남동생인 이준영 씨는 “조씨가 입단 과정을 중단하고 싶어했지만 중단이란 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용의자의 휴대폰 검색 기록을 통해 조 씨가 8월 23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한성 검사에 따르면 8월 26일경에는 ‘구더기 죽이는 법’과 같은 내용을 검색했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들이 종교단체로 추정되는 ‘그리스도의 군사들'(Soldiers of Christ)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으며, 이들에게 살인(felony murder), 불법 감금, 증거 변조, 시신 은닉, ‘크리미널스트리트 갱’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나도 피해자”
11일 오후 에릭 현은 왜소한 모습으로 보행 보조기를 끌고 보석심리에 나타났다. 현 씨는 걷거나 앉는 것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에릭 현의 변호를 맡은 데이비드 보일 변호사는 “에릭 현씨도 이씨 가족과 그들의 종교적 극단주의의 피해자”라며 이준호 씨로부터 모집되어 여러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보일 변호사는 또 “다른 용의자들은 가족 관계인데, 현 씨만 아니다. 구치소에서는 그가 필요한 의료 케어를 받을 수 없다”며 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릭 현의 변호를 맡은 데이비드 보일 변호사가 재판장 앞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지아 기자
현 씨는 조지아대학(UGA)에서 학부 졸업 후 올해 UGA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준호 씨와 현 씨는 1년간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 변호사는 현 씨가 대학원 과정을 마칠 때 쯤 이준호 씨와 재회해 이 씨의 ‘종교단체’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씨 변호사는 현 씨 또한 이준호 씨 등의 용의자들로 인해 굶주리며 조 씨보다 더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용의자들의 휴대폰에서 이준호 씨 등이 현 씨를 폭행하는 비디오를 입수했다. 보일 변호사는 다른 용의자들이 현 씨의 가슴 부위를 샌딩블럭으로 갈아 피부를 벗기고, 사타구니를 가죽 채찍으로 때렸다며 판사에서 증거 사진을 제출했다.
보일 변호사는 “가해자들은 현 씨가 의식을 잃었는데도 에어소프트 총(비비탄 총)을 쏘는 등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런 상흔은 조세희 씨에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 도용
에릭 현 씨 측은 이 씨 가족이 그에게 신체적 폭력과 가함과 더불어 금전적 이득까지 취했다고 주장했다. 보일 변호사에 따르면 이 씨 가족은 현 씨가 지하실에 감금돼 있는 동안 그의 신용카드로 온라인 쇼핑 등에 약 6700달러를 지출했다. 또 그들 ‘교회’를 위해 현 씨가 본인 명의로 스와니에 주택을 구입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보일 변호사는 “현 씨는 한번도 스와니 집에 산 적이 없다”며 “그 집에서 여성용 화장품, 안티에이징 화장품 등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준호 씨의 엄마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심리에서 말했다.
이날 귀넷수피리어 코트의 타멜라 앳킨스 판사는 현 씨가 목격자 및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여권을 반납한다는 등의 조건 하에 10만 달러 보석금을 책정했다.
추가 피해자 의혹
용의자 휴대폰 감식에 따르면 사망한 조 씨는 용의자들 사이에서 ‘넘버 파이브,’ 현 씨는 ‘넘버 포’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이에 대해 보일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5명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가 3명 더 있을 지도 모른다”라는 의혹을 내비쳤다.
또 용의자인 이준호 씨와 그 아내 이현지(25) 씨가 2000년대 초반 태생의 젊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을 이들 종교 단체에 가입시키려 했다는 정황도 밝혀졌다. 이들은 조지아주립대(GSU)에서 조지아텍으로 편입하려는 한 여학생을 도와주면서 그 과정에서 이들 단체에 가입시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