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이나 미주 한인사회에서 60세는 노인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이 꽤 됐다. 한국에서는 70세가 넘어야 그나마 노인 대접을 받는 추세다. 과거 60세가 넘으면 환갑잔치를 치렀지만, 건강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60세가 넘어도 중년과 외모와 체력이 별 차이가 없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이제 65세부터 75세를 ‘노년’이 아닌 ‘신중년’으로 부르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미 양국 법적으로도 60세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65세부터 경로우대자로 대접받아 지하철 무료입장 및 문화재 관람 할인 혜택을 받는다.한국정부는 국민연금 지금기준을, 미국정부는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혜택 기준을 65세로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인의 기준을 70세까지 상향하고 장기적으로 75세까지 올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사는 미국은 아직 이정도까지는 아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게를 JAM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 기대 수명은 76.1세이지만, 지역 및 인종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는 평균수명이 79세까지 올라가는 반면, 조지아주는 75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앨라배마주는 73세로 최하위권이다. 인종별로도 차이가 크다. 2021년 기대수명은 한인 등 아시안이 83.5세로 가장 높고, 히스패닉 81.9세, 백인이 76.4세를 기록했다. 흑인은 70.8세, 아메리카 원주민은 65.2세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노인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센서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는 10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인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등 기대수명이 높은 주는 캘리포니아 노년 마스터플랜(Master Plan for Aging)을 수립해 앞으로 10년간 노인의 사회, 경제, 보건을 도울 예정이라고 캘리포니아주 노인위원회(California Commission on Aging , CCOA) 셰릴 브라운 위원장은 말한다.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UC샌프란시스코 노인학 교수인 루이스 아론슨 박사(Louise Aronson)에 따르면 우리 일생에 있어 인생의 만족감(life satisfaction)과 행복감(happiness)은U자를 그린다고 한다. 10대에서 커졌던 행복감과 만족감은 30대까지 서서히 내려가며, 40대에서 60대 사이에 최저 수준을 찍는다. 그러다가 60세가 넘어가면 다시 행복감과 만족감이 상승해 70대가 되면 10대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아론슨 교수는 “기원전 1만년 전부터 서기 1820년까지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은 20-30살에 불과했지만, 2019년 기대수명은 73세가 넘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수만년 간의 ‘노인’개념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 당국은 모든 연령대의 국민은 연령별로 나눠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정했다. 어린이 청소년은 17단계, 19-64세 성인은 3단계로 분류한 것이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은 하나의 단계로 뭉뚱그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66세와 100세 노인을 하나의 뭉텅이로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인에 대해 모두 알츠하이머 환자가 된다든지, 젊은이들이 번 돈으로 복지를 수혜하기만 한다는 이른바 노인차별(discrimination)과 편견(ageism)도 커지고 있다고 뉴욕대 정신과 교수 배리 라이스버그 박사(Dr. Barry Reisberg)는 지적한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건강과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는 건강과 지적 능력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수많은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사회도 노인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민1세대 노인 인구와 1.5세, 2세, 3세들은 서로 물과 기름처럼 떠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버그 박사는 “노인차별을 방지하고 노인을 후원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세대간 교류(intergenerational activities)”라고 제안한다. 한인사회의 경우 이민1세대 노인 인구의 지혜와 경험을 2세, 3세 젊은 한인들에게 전달하고 교류하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단순히 노인복지와 공경 차원을 넘어서, 1세대 노인들이 후세에 유산을 남길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한인사회의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