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희·이준호·이준현·이준영·이가원 출두
우울증 겪은 피해자 조씨, 새출발하려 미국행
지난달 둘루스 제주사우나 주차장에서 한국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드러난 ‘그리스도의 군사들’ 살인사건 한인 용의자들에 대한 예비심문이 19일 열렸다.
이날 크리스티나 블룸 귀넷 치안판사 주재로 열린 예비심문에서 이준호, 이준현, 이준영 삼형제와 이들의 엄마 이미희, 사촌 이가원 등의 범죄 혐의와 체포 영장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지 여부를 놓고 경찰과 변호인들간의 공방이 이어졌다.
미성년인 이준영을 제외한 성인 용의자들은 손발에 수갑을 차고 법정에 입장했다. 용의자들은 중범죄 살인, 증거 변조, 시신 은닉, 불법 감금, 스트리트 갱(street gang)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예비심리는 이날 오후 5시를 넘겨 이어졌다.
10월19일 귀넷 카운티 법원에서 진행된 예비심문에 출석한 용의자들. 왼쪽부터 이가원, 이준현, 이준호, 맨 오른쪽에 이미희씨.
이번 사건을 담당한 안젤라 카터 귀넷 경찰 살인수사부 소속 수사관은 검찰 측 증인으로 출두해 용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들을 진술했다.
카터 수사관에 따르면 에릭 현은 경찰에서 행한 첫 진술에서 그의 상처가 ‘폭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 조사에서 이준호가 “(피해자) 조세희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에릭 현이 공항으로 데려다줬다“고 처음 진술했다고 밝혔다.
카터 수사관은 경찰이 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로렌스빌 소재 주택을 들어갔을 때 지하실은 표백제 냄새가 나고 청소를 거친 듯 했으나, 표백제 냄새가 걷힌 후 시체 썩는 냄새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용의자들은 집에서 사람의 피가 묻은 카드보드, 샌딩블럭, 덕 테이프 등이 담긴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이 쓰레기 중에는 냄새가 심하게 나는 잠옷 바지가 있었는데, 경찰은 피해자 조세희(33)가 이 바지를 입고 찍힌 비디오를 용의자의 휴대폰에서 찾아냈다. 카터 수사관은 “(해당 사진에서) 손과 발이 검게 보이는 등 시신 부패 흔적이 보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가 8월 중순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망 시점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안젤라 카터 수사관이 진술하고 있다. 11Alive 보도영상 캡처
용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 시기 에릭 현이 조씨를 돌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카터 수사관은 에릭 현의 휴대폰에서 그가 용의자 이미희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미희는 에릭 현에게 문자로 조씨가 “외부인과 소통하지 못하게 하라, 아무도 조씨를 못 보게 하라”, “조세희를 굶기고, 물을 제한하라” 등의 지시를 내렸으며, 조씨의 건강상태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사망한 다음 이미희 씨는 에릭 현에게 “너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경찰은 이씨가 조씨의 사망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 씨가 한 집에 살았던 다른 용의자들에게 지하실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경찰은 보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망한 조씨는 올해 5월말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또 조씨는 한국에서 성폭행 등으로 우울증을 겪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어머니의 친구 가족을 찾아 종교단체에 가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0월19일 귀넷카운티 법원에서 진행된 예비심문 현장.
취재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