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로스쿨 재학시 지방자치단체 시장실에서 잠시 근무한 한 적이 있다. 필자가 하는 일은 저소득층 거주지를 방문해 거주 실태를 확인하고 법적으로 취할 조치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니 저소득층들은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더구나 집주인(landlord)은 타주에 있어 아파트나 집을 거의 관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일반 주민들이라면 집주인에게 집수리를 정식으로 요구하거나, 위생규정(code enforcement) 위반으로 시정부에 고발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주민 상당수가 체류신분에 문제가 있거나 법적 지식이 모자란 이민자와 소수민족들로, 집주인 수리 요청이나 경찰 신고는 엄두도 못낸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찌는 듯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 등 냉방이 하나도 없이 사는 저소득층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찌는듯한 더위 등 명백한 규정 위반에도 불구하고 시정부 차원에서 대처할 방법이 많지 않아 아쉬울 뿐이었다.
필자는 동료 공무원에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덥고 열악한 곳에서 비싼 렌트비를 내며 사느냐? 같은 돈으로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동료는 “이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서 자라고 살아왔고, 그들 말이 통하는 곳이 이곳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거주 조건이 열악해도 떠날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인들은 주거의 질과 교육의 질을 많이 따지다보니, 비참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처하는 일이 매우 적다. 그러나 소수민족, 이민자 등 취약계층이 얼마나 비참한 여건에 사는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캘리포니아주 샌 호아킨 카운티(San Joaquin County)의 공공보건담당관(Public Health Officer)을 맡고 있는 한인 매기 박 박사(Dr. Maggie Park)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 박사는 “저소득층 지역에 사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이민자들은 고소득층 지역 주민보다 더위로 더욱 고생한다”며 “저소득층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고, 나무가 적으며 콘크리트로 덮혀 있어서 열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노숙자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박 박사는 카운티 차원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쿨링센터(cooling center)를 설치하고 있지만, 노숙자들은 자기 짐을 버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쿨링센터를 꺼리는 추세라고 말한다. 위생향상 및 온열질환 방지를 위해 카운티 공무원들은 노숙자들에게 물병과 이동식 샤워 시설, 안전한 음식 제공 및 온열질환 안내 등으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민자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농업노동자들도 온열질환에 취약할수 있다. 박 박사는 업주들이 농업노동자들에게 물과 법정 휴식시간, 식사 시간을 보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기후재난은 모두를 괴롭게 하지만, 특히 거주여건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고통을 겪는다. 이민자인 우리 한인들도 우리 주변의 이민자,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한번 더 눈길을 주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