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신임 하원의장 선출을 둘러싼 난맥상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은 24일 오전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하원 의장 후보에 출마한 8명의 의원을 상대로 표결을 실시해 새로운 하원의장 후보로 톰 에머(62) 원내 수석부대표를 선출했다.
제5차 투표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의 과반(221명 중 111명)인 117표를 확보하며 97표를 얻은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의원을 누르고 하원의장에 도전할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그 직후 에머를 단독 후보로 세워 놓고 실시한 당내 투표에서 하원의장 당선 정족수(전체 하원의원 433명의 과반)인 217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소 20명의 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에머 후보는 의장직 도전을 포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해임 이후 3주간 지속된 하원의장 공석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다.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첫 후보였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당내 후보로 선출된 뒤 반대 세력의 저항 속에 후보직을 내려 놓았고,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하원 본회의에서 3차 표결까지 버텼으나 끝내 당내 반대표를 넘어서지 못해 물러났다.
미네소타주에 지역구를 둔 연방하원 4선 의원인 에머는 낙태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과 증세에 반대해온 전형적인 공화당 보수주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공화당 안에서 강력한 비토권(특정 사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행사하고 있는 20명 안팎의 친(親)트럼프 강경 우파 인사들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2021년 1월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 추종세력과는 척을 졌다.
또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 속에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주도로 지난달 30일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이 통과됐을 때도 찬성함으로써 맷 게이츠(플로리다) 의원 등 매카시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내 극우 세력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하원의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기 위해 신청한 1천50억 달러대의 ‘안보 예산안’ 처리와, 정부 임시예산안의 종료 시점인 11월 중순 이후에 적용할 본예산 협상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명, 민주당 212명으로 9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공화당이 다수당이긴 하지만 입법 또는 의장 선출 등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 5명만 ‘반기’를 들어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의안을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