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만큼이나 손에도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아름다운 손은 어떤 손일까? 갓 태어난 아기의 꼼지락 거리는 손, 마주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손, 클라리넷을 연주할 때 보았던 아들의 손, 고전무용을 하는 무용수의 손, 많은 손이 떠오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손은 마더 테레사의 기도하는 손이다.
마더 테레사의 손은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던 손이고, 거리를 방황하는 헐벗은 아이들을 씻겨주고 보살폈던 손이다. 세상의 가장 소외된 곳에서 병들고 배고픈 이에게 희망이 되어준 생명의 손이었다. 그들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했던 손이다. 고난의 훈장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친 손이다.
주름지고 굽은 그녀의 손이 왜 감동으로 느껴지고 아름다워 보였을까. 긴 세월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온 흔적이 그녀의 손에 오롯이 들어있기 때문 일거다. 결코 한 순간에 만들어 낼 수 없는 그녀의 자취가 새겨진 손이다. 숱한 주름 하나하나에 그려진 사랑이 기도하는 그녀의 손 끝에서 빛이 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마더 테레사의 기도하는 사진을 처음 마주했을 때 예상 못한 뭉클함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주름진 얼굴과 굴곡진 손은 많은 이야기를 건네며 내게 다가왔었다. 그 감동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녀의 얼굴과 손에 새겨진 주름 하나하나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몇 장 그렸었다. 오래전에 그렸던 그림이지만 지금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 그때 느꼈던 마음과 감동을 잊지 않고 내 삶 속에 함께 하고싶은 마음에서 이다.
자신을 하느님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이라고 고백하며 언제 어디서든 쓰일 수 있도록 우리에게 작은 도구가 되라고 하셨던 말씀은 세상을 향해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지 말라는 부탁이며 기도였을 것이다. 몽당연필이라는 도구는 그녀의 손길로 전해진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거칠고 주름진 손은 그렇게 품은 사랑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해주며 기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절실할 때 우리는 기도를 한다. 종교가 없더라도 매달리며 기도하게 되는 것 같다. 지치고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일거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뒤러의 기도하는 손, 이라는 오래 전의 그림이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림 속에 기도하는 손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기도여서 더 울림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쓰일 때 손은 더 빛이나 보이는 것 같다.
생활터전에서 막노동으로 갈라지고 휘어진 손에는 힘들었던 시간보다 더 큰 사랑과 희생이 들어있다. 시장통에서 평생 생선을 팔며 혼자서 많은 자식들을 잘 키워낸 어머니의 상처 난 손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강한 손이다. 열심히 땀 흘려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농군의 손은 정직한 손이다. 편안함을 추구하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노동을 무시하는 세대에 울림을 주는 손이다. 땀과 수고 그리고 성실로 장식된 손이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고 했던 톨스토이의 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손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도 주름을 감추기 위해서 마사지를 받고 비싼 화장품을 쓴다. 고운 손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성을 쏟으며 궂은일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이 곱다. 나의 손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 지 생각했다. 외모를 가꾸고 꾸미는 일에는 게을러서 그렇지 나 또한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더 테레사와 같은 손이 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내 손길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도구로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이웃을 위해서 도움을 주고, 힘든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물을 건너 돌을 던져 많은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용기를 내어본다. 내 인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의 손이 그녀의 손을 닮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