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맥아더 장군의 인천 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을 남한에서 몰아냈다. 할리우드 영화 속의 백인 배우들은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다. 서양 백인들의 선진 지식과 기술을 배워서 일본과 한국이 강국으로 변했다. 백인들의 나라는 문명이 앞서고 잘산다. 왜 그럴까? 백인들이 타 인종보다 왜 우수한가?
‘총, 균, 쇠’라는 책을 읽으니 그 속에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있다. 그 책은 로스앤젤레스 주립대학 지리학 교수인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과거 13,000년의 인류 문화 발달을 25년간 연구하여 1998년 쓴 책이다. 퓰리처 상을 받고 세계적으로 많이 읽힌다.
서양의 백인들이 선진국을 만든 이유는 백인들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환경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홍적세 말기(12,000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한 원주민들은 후에 거기로 온 백인들의 지배를 받고,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만약, 원주민들이 홍적세 말기에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 유럽으로 이주했고, 유럽으로 이주했던 백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면,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과 백인들의 입장이 거꾸로 되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환경 요인 중에 기후와 작물화될 식물들의 유무,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들의 유무가 인류 문명 초기엔 중요했다고 그는 밝힌다. 초기 인류 문명 발상지는 온대기후 지역에 분포하며 큰 강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황하강 주변의 중국의 황하문명, 나일 강 주변의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주변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와 갠지스강 중심의 인도문명이 환경적인 차이로 4대 문명 발생지가 된 것은 그의 이론을 증명한다.
강물 주변엔 식물들이 자라고,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들이 살게 되고,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먹을 것을 마련하여 식량문제가 해결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늘어난 인구는 조직화된 사회와 문명을 발전시켰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한 문명 발전에 중요한 다른 요소는 선진화된 다른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조건이라고 한다. 15세기 이후로, 중국은 만성적인 통일국가가 되어 배타적인 태도였고, 유럽은 만성적인 분열 때문에 전쟁과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경쟁 상대의 앞장선 문물을 찾아 배우는 분위기 때문에 유럽이 아시아 보다 앞장서게 되었다고 한다.
중세엔 중국이 주철,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항해술, 중앙 집권 정치 구조 등 문명이 유럽 보다 앞장섰다고 한다. 15 세기에 중국은 배 수백 척으로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여러 번 항해했다고 한다. 중국의 두 파벌 사이에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외부 항해를 반대하는 파벌이 권력을 잡자 항해 사업은 전면 파기 되었다고 한다.
반면 유럽은 문명 발생 때부터 지역적인 고립이 오래 지속되고 14세기까지 1000개의 독립국가였던 유럽은 계속적인 전쟁과 정벌로 500국가로, 한 때는 25국가로, 현대에는 45개 국가로 끝없는 전쟁을 통한 통합과 분열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우수한 총이나 전차, 쇠로 만든 새로운 무기나 기계가 나타나면 빨리 배워야 생존한 서양의 다양한 분위기는 중국과는 달랐다고 한다.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태어나서, 프랑스인이 되었다가, 포르투갈 왕의 신하가 되었고, 신 대륙을 발견하려 항해할 배를 달라고 여러 왕들에게 다섯 번의 청원과 거절을 당하고 나서 스페인 왕과 왕후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선진화된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조건이 서양 문명을 중국 문명 보다 앞서게 한 요소였다는 사실이, 조선과 일본의 근세사에서도 증명되는 것 같다. 서양 배들이 일본과 조선에 접근했을 때 두 나라 다 거부했으나, 힘에 의한 강제로 개방된 시기가 일본이 빨랐다. 그 빠른 시간 안에 일본은 서양 문물을 배워 명치 유신이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칼을 휘두르던 사무라이들이, 총을 만들어 쏘고, 1876년엔 조선과 강화도 조약, 1931년엔 중일 전쟁에서 승리, 1941년에 비행기까지 만들어 진주만 공격을 했다.
조선은 1866년 프랑스(병인양요), 1871년 미국(신미양요)의 개방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척화비를 세웠으나,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을 강요당했다. 만약, 조선이 일본보다 50년만 더 빨리 서방에 개방되었어도 조선과 일본의 입장이 반대로 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공지능, 인터넷,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등 지능 정 통신기술이 경제와 산업을 혁신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론에 의하면 백인종이라고 더 유리하지 않고, 인종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새로운 문명에 접근하는 태도에 따라 발전이 좌우될 것이고, 한국은 새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4차산업에서 선진을 배우고, 창조하고 리드하는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