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적인 5~6%에서 하락 전망
주택 거래시 부동산 에이전트가 받는 중개 수수료 과다 청구 담합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주리주 배심원단은 지난달 31일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와 일부 주택중개업체에 중개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위해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8억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손해 배상금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2년 6월 사이 미주리, 캔자스시티, 일리노이주에서 거래된 주택 26만채의 각 판매자를 대상으로 지급되며 이 같은 케이스의 경우 배상금이 자동으로 3배 늘어나기 때문에 총 배상금 규모는 53억 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평결 이후 집단소송이 미주리주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향후 부동산 거래의 패러다임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업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는 주택 구매자가 에이전트에게 직접 수수료를 주는 대신 판매자에게 주택 대금을 건네주면 판매자가 자신의 에이전트와 구매자 에이전트에 수수료를 나누어 각각 지불한다.
이 같은 우회 지불 방식은 구매자가 직접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에이전트도 누구에게 얼마를 받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거래 성사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만일 이번 평결이 확정되면 구매자와 판매자는 수수료를 각각의 에이전트에게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 옹호론자들은 이렇게 될 경우 투명성이 높아지고 판매자, 구매자가 모두 에이전트와 더 많은 협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재 관례적으로 주택 거래 가격의 5~6%에 해당하는 총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과 달리 이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는 에이전트를 찾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총 수수료가 3~4%로 낮아질 경우 소비자들은 연간 200~3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에이전트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일부는 변호사처럼 시간 또는 항목당 수수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경험 많고 인맥이 두터워 정기적으로 고액 매물을 확보하는 에이전트와 달리 신입이나 검증되지 않은 에이전트는 타격이 심해 수입 급감 또는 도태될 수 있다.
이번 평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년 경력의 가주 에이전트인 마이크 로젠탈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각각의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따로 지불해야한다면 양측 모두 적잖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매자의 경우 바로 다른 주택을 찾는 구매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에이전트 없이 직접 절차를 진행하는 구매자가 늘어나는 새로운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NAR과 업체들이 평결에 항소하고 손해배상금 규모 삭감을 요청할 것이라 밝힘에 따라 수년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소송이 부동산 환경을 변화시키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중개 수수료 협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A지사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