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난 전청조가 누구인지 몰랐다.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보고 전청조라는 사람이 있어, 인간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으로, 20대의 젊은 나이에 원하는 사람들에게 마음껏 손오공처럼 사기를 친다는 기막힌 기사를 읽었다. 누구지? 궁금해 그를 인터뷰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보았다. 남자였다 여자였고, 여자였다 남자여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비밀과 거짓은 친구다. 비밀을 찾아내려는 사람과 비밀을 유지하려는 사람 사이에 거짓말이 쑥 들어와서 문제를 해결한다. “어떻게 비밀을 유지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라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말할 것이다. 시셀라 복은 그녀의 책 〈비밀〉에서 거짓말은 비밀의 침해를 막고, 비밀의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 무기라고 말한다.
전청조는 비밀의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멈추지 않고 큰 걸음을 띄어 새로운 정체를 만들었다. 새로운 정체에는 어느 재벌의 3세도, 엔비디아의 대주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텔과 다른 엔비디아는 어떤 기업인가? 그래픽 처리장치(GPU) 세계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삼성전자 주가의 몇 배인 60만원을 넘는다. 그가 거기의 대주주니 대단할 수 밖에. 거짓된 정체성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새롭게 만들어 낸 정체성을 남들이 ‘정신이 나갔네’라고 말하지 않고 믿어 주느냐에 있다. 전청조는 그가 만들어 낸, 믿기 어려운, 정체성을 남들이 믿게 했다는데 놀라움이 있다. 그는 경호원을 대동했고, 돈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두 세명이 아닌 여러 명의 경호원을 썼다. 차도 최고급이어야 했다. 사는 곳도 아주 비쌌다. 그는 세 보인다. 그럴듯하다.
가까운 사람,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다. 그럴듯 하니까! “절친에게 사기를 당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절친인데?”라고 묻지만, 실은 ‘절친’이기에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걸 사기를 당한 사람은 알게 된다. 거짓과 사기인지를 알려면 ‘의심’을 한 번쯤은 해야 하는데, 절친이기에 스스로 무장 해제를 하니 의심이 아니라 ‘믿어’ 버리고 그 결과는 아리다.
집을 수리하거나 무엇을 살 때, 지나치게 가격이 싸면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런데 싼 맛을 뿌리치기가 너무 어렵다.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너무 잘 해 준다면, 이유 없이 입을 씻고 모른 체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 남을 속이려면 속을 수 있는 사람을 먼저 골라야 한다. 상대가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한 박자 빨리 말하는 것도 그 방법이고 상대의 일정을 통제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처음부터 크게 속이려 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야금 야금 속여야 한다. 사람들은 한 번 발을 들여 놓기가 어렵지, 일단 발을 들여 놓으면 발을 빼기가 어렵고,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거짓말 하는 사람의 협력자로 바뀔 수 있다. 어떤 사람이 허(虛)할 때 상대의 허한 마음을 채워줘라. 전청조는 이런 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