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코스트코 등 손실 증가
매장 리모델링해 축소나 폐쇄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도입한 셀프계산대가 절도에 의한 손실 증가와 소비자의 불만 등으로 대형 소매업체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업체도 셀프계산대를 없애는 매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비용 절감 목적으로 지난 수년 동안 전국 매장에서 캐시어가 있는 계산대 중 75%를 셀프계산대로 교체했다. 그러나 셀프계산대의 절도로 인한 손실이 늘자 매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셀프계산대를 아예 없애거나 대폭 줄이고 있다는 게 업계가 전하는 말이다.
올해 초 월마트는 뉴멕시코 일부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없앴다. 코스트코도 비회원들이 들어와 다른 사람의 멤버십 카드로 셀프계산대에서 결제가 빈번해지자 셀프계산대를 줄이거나 추가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 코스트코의 경영진은 “올해 셀프계산대 도입으로 인해 일부 매장에서는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로체스터에 본사를 둔 식품점 웨그먼은 식품 스캔, 포장, 결제를 한번에 끝내는 모바일 셀프 체크아웃 앱 서비스를 종료했다. 웨그먼은 성명서에서 “셀프 체크아웃 앱의 편리함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손실로 계속 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할인 장난감 소매업체인 파이브 비로우도 셀프계산대가 많은 매장에서 매출 손실이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새로 개장하는 매장에는 직원이 있는 체크아웃 시스템을 늘릴 계획이다.
영국 수퍼마켓 체인인 부스는 셀프계산대를 도입한 지 6년 만에 28개 매장 중 2개를 제외한 모든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아예 폐지한다.
부스의 나이젤 머레이 전무이사는 “훌륭한 고객 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로봇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처음에는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매력적인 방법처럼 보였지만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셀프계산대는 1980년대 소매업체들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매장에서 비용 절감을 모색하면서 2000년대 초반 수퍼마켓에 셀프계산대가 확대되고 대표적인 소매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이 비대면 결제를 선호하면서 셀프계산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소매업체에서 제품 도난으로 손실이 급증하자 셀프계산대를 재고하는 추세다. 셀프계산대를 설치하면서 도난에 따른 손실액뿐만 아니라 고객 불만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셀프 체크아웃 옵션을 제공하는 소매업체들은 약 4%의 손실률을 경험했는데 이는 업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셀프계산대에서 자체 계산하는 시스템을 이용한 절도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크용 고기 대신 바나나를 스캔하거나 제품 대신 손목 밴드를 스캔하고 아예 결제하지 않고 그냥 가는 등 절도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랄프 마켓 관계자는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척하면서 제품 비용을 결제하지 않는 고객도 꽤 있다”고 전했다.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도 함께 증가 추세다. 과일과 고기를 포함한 농산물은 무게를 측정하고 코드를 사용해 시스템에 수동으로 입력해야 한다. 고객이 실수로 잘못된 코드를 입력하면 직원을 불러야 한다. 사과 같이 품종이 많은 과일은 직접 스캔해야 하고 스캔 도중 과일과 야채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주류를 구매할 경우 직원들이 고객 연령을 확인해야 하므로 셀프계산대를 이용할 수 없다.
셀프 계산으로 직원과 대화가 하루에 경험하는 유일한 사람과의 대화인 노인층을 더욱 고립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LA지사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