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 비축해 대비하기도
미국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펜타닐이 담긴 의문의 편지 봉투가 잇따라 배달돼 직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규제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만큼 미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조지아·네바다·캘리포니아 등 6개 주 선관위와 관공서 건물에 펜타닐이나 흰색 가루, 협박과 모호한 정치적 상징이 담긴 편지가 배달됐다.
일부는 배달 과정에서 차단됐지만 편지 때문에 대피 소동이 벌어지거나 개표가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일부 편지에서는 반(反) 파시스트 상징과 무지개 깃발, 오각형 무늬가 발견됐다. 이들은 종종 좌파 진영과 연관되지만, 보수 진영이 좌파를 낙인찍고 고정관념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고 AP는 짚었다.
연방수사국(FBI)과 우편조사국(PIS)은 이들 편지의 발송 경위를 추적 중이다.
AP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패배 후 선거와 관련한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한 이후 미국 전역의 선거 관리 직원들이 위협과 괴롭힘, 협박에 시달려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2001년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탄저균 테러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의문의 편지 사건이 계속되자 일부 지역 선관위는 해독제 날록손을 비축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애틀랜타 체로키카운티 선관위의 앤 도버는 “많은 직원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신체적 위협뿐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피해도 크다”고 전했다.
체로키카운티 선관위는 문제의 편지를 받지 않았지만 우편물을 특정 장소에만 두고 장갑과 마스크를 낀 직원만 열도록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조지아주는 조만간 159개 카운티에 날록손을 지급하기로 했다. 브래드 라펜스버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자신의 아들이 약 5년 전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는 이 약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 킹카운티 선관위는 지난 8월 펜타닐 편지를 받은 뒤 날록손을 구비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엘든 밀러는 “우리 팀은 선거에 따라 수천에서 수십만 개의 투표용지를 개표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다”며 “팀원들에게 우리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항상 말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