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절린 여사가 19일 향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카터 센터는 이날 로절린 여사가 타계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성명에서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였던 로절린 전 영부인이 19일 오후 2시 10분에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면서 “그녀는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7일부터 호스피스 케어(돌봄)에 들어간지 이틀 만이다.
피부암을 앓아온 남편인 카터 전 대통령(99)도 지난 2월부터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의 플레인스에서 1927년 태어난 고인은 1946년 카터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로절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면서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로절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1977~1981년 영부인 때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고인은 다른 영부인과 달리 각료 회의에 참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솔직하게 발언했으며 남편인 대통령을 대신해 해외 순방을 다니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도 현직 때 “로절린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대중적인 비판을 받은 개각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는 정부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을 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고인은 영부인 때부터 정신건강 및 노인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으며 대통령 정신건강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상원 소위원회에서 증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고인은 2007년에도 의회에 나와 정신건강 보장성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인은 남편과 함께 설립한 카터 센터에서 정신건강 관련 연례 심포지엄 의장을 맡았으며 정신 질환자와 노숙자를 돕기 위한 모금 행사도 진행했다. 또 고인은 간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촉구하기도 했다.
로절린 여사 별세에 애도 봇물…바이든 “대단한 진실성 지닌 분”
바이든 “백악관에 품위 가져와…국민과 전 세계에 영감 줘”
부시·클린턴·오바마·트럼프 전 대통령도 추모 성명
로절린 여사가 19일 향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미국 정계 거물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로절린 여사가 “대단한 진실성을 지녔다”며 슬픔을 표했다. 조지 W.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 등도 일제히 추모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로절린 여사 부부가 백악관에 “품위를 가져다줬다”며 “카터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대단한 진실성을 지니고 있으며, 로절린 여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상상해보라, 그들은 77년 동안 함께였다”면서 “신이 그들을 축복하길”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로절린 여사의 가족과 통화를 했으며, 카터 전 대통령이 그의 자식과 손주들과 함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이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추모 성명에서 “퍼스트레이디 로절린 카터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국민과 전 세계에 영감을 줬다”며 “로절린 여사는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들을 다루려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기렸다.
이어 “(로절린 여사와) 40년 넘는 우정을 유지하는 동안, 혹독한 선거 캠페인과 깊고 심오한 상실을 겪을 때마다 몇번이고 우리는 로절린 카터의 희망과 따듯함, 낙관을 느꼈다”며 “그는 언제나 우리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라고 적었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부부는 이날 성명에서 “로절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자였다”면서 “그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업적을 남기고 떠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로절린 여사가 전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감사를 받았다”며 “특별한 업적과 국민을 위한 봉사의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고 애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도 로절린 여사가 미국인의 정신건강과 보건, 인권 등의 분야에 남긴 업적을 기리며 “그는 목적을 지닌 삶의 전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자신이 영부인이던 시절 로절린 여사가 종종 자신에게 조언을 해줬다며 “오늘 우리 부부는 전 세계와 함께 영부인이자 독지가, 다른 이들을 북돋아 주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옹호자인 그의 엄청난 유산을 기릴 것”이라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로절린 여사의 고향인 조지아주의 정치 지도자들도 애도를 표했다.
안드레 디킨스 애틀랜타 시장은 로절린 여사가 “현대 퍼스트레이디의 모범”이었다고 언급했다.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조지아주와 미국은 로절린 카터 여사 덕분에 더 나은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추모 성명을 내고 로절린 여사는 “성인과 같은 존경 받는 공직자였고, 세계 무대에서 퍼스트레이디로서 로절린 여사는 개척자였다”고 그를 기렸다.
카터 부부가 평생에 걸쳐 봉사를 함께 한 조지아주 기반의 비영리 단체인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측은 모든 구성원이 로절린 여사의 타계로 슬픔에 잠겼다며 “그는 해비타트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옹호자였고 전 세계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 치열하게 일했다”고 밝혔다.
로절린 여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과 77년간 결혼 생활을 함께하며 퍼스트레이디이자 활동가로 미 국민에게 존경받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