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겪는 배우자 사별이 심리적 위축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크게 높인다는 이른바 ‘미망인 효과(widowhood effect)’가 노인 건강 문제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27일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열린 로잘린 여사의 추모식에 카터 전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배우자의 사망이 카터 대통령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터 대통령은 1946년 로잘린 여사와 결혼, 77년을 함께 해로했다.
27일 애틀랜타의 지미 카터 대통령 도서관 앞에서 의장대가 로잘린 카터 여사의 관을 옮기고 있다. 이날 시작된 로잘린 여사의 장례식 일정은 29일까지 이어진다. 로이터
평생을 함께 한 배우자의 사망이 남은 반려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아내 바바라 여사가 세상을 떠나고 입원을 반복하다 8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타계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 타임은 사인 중 하나로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을 꼽은 바 있다.
이는 스트레스 유발성 심근증으로 극심한 슬픔, 분노, 공포 같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일시적으로 심근경색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2013년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연구 결과도 배우자 사망 이후 90일 동안 남은 배우자의 사망률이 66% 높아진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한 후유증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심각해진다. 애틀랜타에서 활동하는 디오네 마하피 심리학자는 “배우자와의 사별은 노년기에 흔히 겪는 우울과 불안 증세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분석했다. 노년기는 은퇴와 같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동반하는 시기이기에 고립감, 소외감 등의 스트레스가 쉽게 쌓이고, 또 이러한 정신 증상이 각종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휴, 명절은 고인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사별을 겪는 이들의 슬픔을 심화시킨다.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사별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수용’이라고 말한다.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유품을 살펴보거나 생전 함께 했던 장소를 방문하며 배우자와 함께 한 삶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다. 마하피는 “그가 죽었고, 지금은 다른 곳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