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타운 중심지가 되고 있는 LA지만 150여년 전에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1871년 LA 중국인 학살 사건(Chinese Massacre of 1871)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1871년 10월 LA차이나 타운 내에서 중국인들끼리 다투가 백인 술집 주인이 사망하고 경찰관 1명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 과정에 중국인들이 백인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고, 500여명의 폭도가 차이나타운으로 몰려와 중국인 18명을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폭도 25명이 기소됐지만 재판에 넘겨진 것은 10명에 불과했고, 8명만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이후 빠르게 잊혀졌고, 오히려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미주중앙일보 2022년 8월 19일자는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미국 역사는 인종차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흑인과 유태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학교와 사회에서 끊임없이 교육하고 되새긴다. 공립학교에서는 흑인 노예무역과 흑인민권운동에 대해서 배우고, 1년에 한번은 다운타운의 유태인 박물관에 견학을 가거나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곤 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계에 대한 차별에 대해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울 기회는 거의 없다. 당장 위의 LA 중국인 학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LA에 위치한 중국계 미국인 박물관(Chinese American Museum)의 마이클 트룽(Michael Truong) 사무총장은 “LA중국인 이민자 172명 가운데 18명이 피살됐으니 중국인 인구 10%가 살해된 엄청난 사건이었다”며 “이러한 인종차별의 역사를 알고 기억해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모기업인 스미소니언 연구소(Smithsonian Institution)는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우리의 미래: 인종차별의 과거를 되돌아보다’ (Our Shared Future: Reckoning With Our Racial Past)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와 라티노계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에 촛점을 맞춘 이 전시회는 LA중국계 미국인 박물관, 일본계 미국인 박물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 LA 아트플라자(LA Plaza de Cultura y Artes) 등에서도 나뉘어 열린다. 이 전시회는 전시물 뿐만 아니라 무용, 영화, 음악 등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온가족이 참석할수 있는 행사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스미소니언의 전시회 책임자인 데보라 L 맥 박사(Deborah L. Mack, PhD)는 “교육자들에게 이러한 주제를 다뤄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불평등의 역사를 지금 이야기하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갈수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전시장 중에 하나인 LA일본계 미국인 박물관(JANM)의 제임스 허(James Herr) 국장은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2차대전 당시 LA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집단수용소로 끌려가기 위해 모였던 역사적 장소”라며 “미국 시민들이 적법절차(due process) 없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겼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여론, 그리고 2017년 무슬림 여행금지조항에 대해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목소리를 내 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는 LA에서 열리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 홈페이지(oursharedfuture.si.edu) 또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보며 한인들의 아픈 역사도 기억돼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1992년 LA폭동을 비롯해 2021년 애틀랜타 총격사건도 당시에는 한인이민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지만 세월이 지나가며 점점 잊혀지고 있으며, 주류사회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한인을 주제로 한 박물관에서 한인인종차별에 대한 전시회를 함께한다면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