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운명은 그동안 이 지수를 견인해 온 소수의 빅테크(거대기술기업)가 향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아마존,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이 AI 잠재력에 힘입어 S&P500지수 상승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이 32배에 달하는 등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높게 형성돼 있어 주가에 내재된 기대 실적을 실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3분기 990억 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으나 시장가치가 무려 5조 달러나 불어난 만큼 더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빅테크 주가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엔비디아는 AI 수요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증가한 유일한 대형주이다.
엔비디아는 AI챗봇 챗GPT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는 데 사용하는 반도체 매출에 힘입어 이익이 지난해 44억 달러에서 올해 280억 달러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엔비디아만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한 MS는 지난 6월 끝난 2023회계연도 순이익이 일반회계기준(GAAP)으로 전 회계연도보다 소폭 줄었다.
반면 이들의 주가는 실적 추정치보다 빠르게 상승, 평균 P/E는 연초 21배 수준이었지만 7월 36배로 고점을 찍은 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문사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의 기술주 담당 포트폴리오 매니저 닉 루빈스타인은 AI를 통한 이익이 이들 빅테크의 현재 주가가 싸게 보이게 할 것으로 확신하는 등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주가 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로 방향을 전환하는 장밋빛 시나리오도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내년에 기술주 하락을 예측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로이홀트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 필 세그너는 주가가 하락하지 않더라도 이미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추가 반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이익이 급증했음에도 올해 하반기 박스권을 맴돌았다는 것이다.
세그너는 “이 같은 (상승)추세의 정점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이런 주식을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CNBC방송은 이날 주식분석플랫폼 팁랭크스를 인용해 월가에서 선호하는 주식으로 고객관계관리 솔루션(CRM)을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즈포스, 핀테크 기업 블록, 빅테크 MS 등 3개 종목을 소개했다.
세일즈포스와 블록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견고한 수익 성장을 보여줬으며 MS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