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중 ‘출신 숨겼다’ 비율도 가장 높아
‘외국인’이란 인식 커 26% 한국 역이민 고려
미국의 이민 가정에서 자란 한인 2세대가 성인으로 이민 온 1세대보다 차별을 더 많이 겪고, 출신 배경을 숨기는 비율도 다른 아시아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전국의 아시아계 미국인 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퓨리서치센터의 닐 루이즈 수석연구원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지아 기자
11일 미주한인위원회(CKA·사무총장 아브라함 김), 애틀랜타 총영사관, 한미연합회(KAC) 애틀랜타지부가 노크로스에서 공동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퓨 리서치센터의 닐 루이즈 수석연구원은 ‘아시안아메리칸 리더들이 알아야 할 현재 추세’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번 조사 결과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400만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아시안’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표현되지 않는 그룹”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이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어떻게 다른지 수치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아시아계 중 미국에서 성인으로 자란 세대가 이민 온 성인보다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차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 외국인으로 취급당하는 것과, 소위 ‘모델 소수민족’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78%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외국인으로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한인 응답자의 16%는 인종 때문에 공항 등에서 추가 검문 등의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시안 전체 응답자 평균 비율(20%)보다는 낮았지만 중국계(13%), 일본계(14%), 베트남계(11%) 등보다는 훨씬 높았다.
전반적으로 인종차별을 경험한 한인의 비율(67%) 또한 아시안 평균(53%)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본인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경험의 비율(44%), 레스토랑 등에서 열악한 서비스를 받은 경험(44%) 등도 아시안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한인의 60%가 본인들이 겪은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가족들과 거의 또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점도 눈에 띈다.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가족들과 함께 자주 의논한다고 답한 한인은 12%에 불과했다.
아울러 출신 배경을 숨기는 비율도 한국계 2세대가 가장 높았다. 아시아계 이민 2세대(최소 부모 한 명이 이민자인 경우) 중 자신의 출신 배경을 비아시아계로부터 숨긴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38%에 달했으나, 3세대 이상은 11%로 크게 줄었다. 특히 한국계 이민 2세대가 출신 배경을 숨긴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인도계가 20%를 기록했다.
자신이 한인이라는 출신 배경을 숨겼다고 응답한 한인 비율이 25%로 가장 높았다. 윤지아 기자
이같은 조사 결과는 미주 한인 이민의 역사가 120주년에 달하고, 인구 규모도 커졌지만, 여전히 ‘외국인’으로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인 응답자의 26%가 한국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한인들이 한국으로 역이민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미국보다 나은 의료보험 혜택(26%), 한국의 가족들과 함께 거주할 수 있다는 점(22%) 등을 꼽았다.
미주 한인 인구는 약 196만명으로, 아시안 인구의 8%를 차지해 5번째로 큰 아시안 커뮤니티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중 중국계가 2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가 20%, 필리핀이 18%, 베트남이 9%로 뒤를 이었다. 일본계는 6%로 낮았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중간 소득은 8만6000달러. 커뮤니티별로 보면 한국계의 가구 중간소득이 7만2000달러로 가장 낮고, 일본계는 8만3000달러, 필리핀계는 9만 달러다. 25세 이상 아시아계 미국인 54%가 학사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다. 한인 이민자들의 경우 57%가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