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이어 낙태약 판매규제에 대한 검토에도 착수했다.
내년 대선을 1년도 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미국 사회에서 민감한 낙태 문제가 또다시 정국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13일 먹는 낙태약의 판매 문제와 관련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제5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낙태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기존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고,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복용하는 경구용 임신중절약이다. 현재 미국에서 추산되는 낙태의 절반가량이 이들 약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사용을 허가한 이후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아 왔으며, 현재는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해당 항소법원의 판결은 지난 4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연방정부가 항소한 데 따라 심리가 진행된 결과였다.
미 법무부와 약품 제조사인 댄코 래보라토리는 다시 이에 불복해 대법원으로 이 사안을 갖고 갔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미페프리스톤 판매는 유지된다.
대법원은 조만간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며, 판결은 대선 정국의 한복판인 내년 6월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CNN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보수로 기운 법정에서 낙태권 폐지에 이어 또 한 번 낙태 문제의 명운이 좌우되게 됐다”며 “낙태 문제가 대선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6대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6월에 임신 6개월까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해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미국 사회에 큰 여파를 몰고 온 바 있다.
특히 같은 해 11월 치러진 중간 선거에서 여성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리며 공화당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백악관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즉각 성명을 내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전역에서 우리는 전례 없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공격을 목도하고 있다”며 “어떤 여성도 필요한 의학적 도움을 받는 데 있어 저해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앞서 나온 제5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FDA의 독립적이고 과학적 결정을 위협하는 판결”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FDA의 결정을 지지하며, 여성의 권리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며 의회에 낙태권 보장 입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