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2020년에 이어 내년에도 양당 후보들은 미주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 표심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이 점점 양극화되고 양당의 표차가 점점 줄어들면서, 한표 한표가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유권자(AAPI voters), 비백인 유권자들은 공화당 보다 민주당을 좀더 지지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이 과연 진짜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UC리버사이드(UC Riverside) 교수이자 연구기관 AAPI Data 창립자인 카식 라마크리쉬난(Karthick Ramakrishnan)에 따르면, 베트남계 미국인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반대로 일본계와 인도계 미국인들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그는 “인도계 유권자의 성향과 달리, 최근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와 니키 헤일리(Nikki Haley) 등 인도계 대선주자들이 공화당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은 재미있는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바뀌고 있다. 2016년 대선을 계기로 아시안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인도계와 중국계 미국인들은 공화당 지지세로 바뀌고 있다(moving toward the Republican party)고 라마크리쉬난 교수는 지적한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인 라티노(Latinos) 유권자들도 바뀌고 있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oyola Marymount University) 클라우디아 산도발(Claudia Sandoval) 교수는 “라티노 유권자들이 왼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라티노 남자 유권자들은 점차 공화당을 지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네바다주 라티노 유권자 가운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남성은 48%로, 24%인 여성에 비해 두배나 높았다. 뿐만 아니라 젊은 라티노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라티노 젊은 유권자의 37%는 “민주당이 라티노 커뮤니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3분의 1은 공화당이 라티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흑인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세도 꺾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선은 흑인 유권자들이 많이 투표할 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에 대해 조지타운 대학(Georgetown University) 자밀 스캇(Jamil Scott) 교수는 “내년 선거에서 흑인 표심 문제는 두가지가 있다”며 (1) 흑인들이 지지 정당을 바꿀 것인가, (2) 얼마나 많은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일에 나올 것인가를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학생 학자금 탕감 및 흑인 투표권 보장에 있어 별다른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했으며 흑인 판사를 지명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조치들이 겉보긴 좋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창출했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결국 주머니 사정에 따라 투표하는 사람들(pocketbook voters)”이라며 “흑인들이 당장 지지정당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유권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질 수록, 바쁜데 투표장에 나와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흑인 유권자들일수록 민주당의 ‘닥치고 묻지마 투표’ (hold-your-nose-and-vote)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유권자들은 현 정치권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회 폭동’으로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는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인플레와 높은 집값에 제대로 대처 못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걱정스럽다. 내년 대선에서 한인 표심에 호소하려는 대선 주자들은 이러한 한인들의 우려에 대답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