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말고 살아보자고 나름으로 노력해왔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에게는 화를 낼 사건들이 많이 생기고, 화를 내다보면 분노 조절 장애가 생긴다.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기고 인간관계가 어렵게 된다. 화를 잘 내면 불행하다. 그렇다고 생기는 화를 참기만 하면 화병이 생긴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나는 일이 생긴다.
최근 나도 모르게 화가 난 일이 생겼다. 코스코에 회원인 우리가 멤버십 카드를 쓴 금액에 따라 금년도 상금(Reward)을 받았다. 상금이라고 보내준 돈을 현금으로 바꿀 수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매년 상금을 받았고 그 상금으로 코스코에서 물건을 살 때 쓰거나, 아니면 현금으로 바꿀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물건을 사고 그것으로 지불하려 해도 안되고, 현금으로 바꾸려 해도 안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코스코 본부에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하고, 가게에 찾아가서 거기 일하는 분들의 도움도 받아 보았지만 안되었다.
아내와 시간을 내어 코스코에 가서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본사에서 보내준 상금 금액이 표현된 종이를 본 여직원이 처음에는 우리 핸드폰에다 코스코 은행 앱을 깔려고 노력했다. 이메일 주소, 비밀번호, 마지막 4자리 SSN, 집코드, 이것저것해보아도 안되었다.
“여기 이 번호로 본사에 전화 연락을 해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여직원은 이것 저것 다해봐도 문제를 못 풀자, 그렇게 말하며 전화번호를 지적했다. 그 말은 전에 왔을 때도 들었다. 전화하면 기계와 문답하고, 사람으로 바뀌어도 비밀번호, 일련 번호를 찾아야 하고, 그렇게 겨우 연결되어도 거기서 하라는 대로 해서 얻은 결과는 도로아미타불로 되었다.
“그렇게 여러 번 해도 안되어서 오늘은 도움을 받으러 일부러 여기 왔어요!” “고객님이 여기 이 번호로 전화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고객 대신 전화할 수 없어요.” 그 말들을 반복하다가 나는 확 돌아섰다. 그까짓 상금 안 받아도 좋아! 갑시다,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여직원이 말 했다.
내가 몇 걸음 떨어져 나왔을 때, 매니저가 나타났다. 젊은 여직원의 명찰에 매니저라고 씌어 있다. 매니저는 직원에게서 뭐가 문제인지 듣고나서 내 핸드폰을 찾았다. 내 핸드폰을 가지고 이것 저것 하며 전에 직원이 한 과정을 반복하더니, 됐다고 했다. 앱이 다운로드 되고, 거기 상금 금액이 뜨고, 계산기를 대니 결제되었다는 “삑” 소리. 상금을 현금으로 주었다. “앞으로 이 앱을 열어서 이렇게 여기 상금 란을 클릭하며 돼요!”
집에 와서 저녁내내 내가 화를 내며 돌아섰던 그 장면이 마음에 걸려 다시 그 상황으로 가 보았다. 화를 내고 돌아섰던 내 행동이 확대되어 보였고 나의 잘못이라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나를 돕던 여자 직원은 그녀가 가진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려 노력했다. 나도 내가가진 능력을 다해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문제를 못 풀다가 매니저가 나타나 쉽게 문제를 풀었다.
여자 직원과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네가 풀어야 해, 하고 서로에게 넘겨주며 화를 내고 있었다. 무능한 두사람이 서로에게 떠넘기며, 특히 내가 직원에게 그런 것도 못하면서 나보고 하라고 하며 화를 냈다. 그녀도 회사의 바뀐 과정, 앱을 통해 상금을 지불하는 변화 과정에 익숙하지 못한 채 최선을 다했다.
그 순간으로 되돌아 간다면 나보고 전화해서 해결하라던 직원에게 화를 내고 돌아서지 않고, “수고 많았어요. 우린 둘 다 노력해 봤지만, 안되네요. 수고하신 것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 할 수 있겠는데, 그 때 나는 왜 그렇게 말하지 않고 화를 냈던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살아왔던 시간 속에 문제가 없었던 과거가 있었던가? 그런 시간은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살아갈 시간에도 끝없이 문제가 생길 것이다. 세상은 수시로 변하고 코스코 카드를 써서 얻은 상금을 타는 방법도 변했다. 나를 돕던 직원도 새방법에 능숙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문제 풀려고 노력해 주어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고맙다고 내 생각을 바꾸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한다면, 다 용서한다” (To understand all is to forgive all)는 서양 격언이 있다. 사물과 자연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한다면 받아들이게 되는 단계, 그것이 수용의 단계, 사랑으로 이어지기 전의 단계라고 데이비드 호킨스는 말한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라면 화가 날 틈이 없어진다. 다만 상대를, 사물을, 사건을 더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렇구나 인정하도록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