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커뮤니티 구심점 된 교회문화 사라져 아쉬움
뉴욕타임스(NYT)가 ‘그 어디에도 한인교회 점심같은 크리스마스 점심은 없다’는 제목으로 미국 한인교회의 ‘점심 문화’를 조명했다.
NYT는 15일 예배 후에 직접 한식을 조리해 배급하는 뉴욕주 용커스한인동산장로교회의 ‘점심 문화’를 소개했다.
매주 오전 11시 예배가 끝난 후 무료 점심을 배급하는 이 한인교회의 풍경은 마치 학교 카페테리아를 연상하게 한다. 약 400~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봉사자들은 예배 하루 전날인 토요일에 모여 음식 재료를 다듬고 조리한다. 한 교인은 “많은 양이긴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하면 힘들지 않다”고 NYT에 말했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는 오는 25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봉사자들의 손길은 더 바빠졌다. 점심 메뉴로는 미역국·잡채·갈비찜·불고기·닭볶음탕 등이 준비됐다. 미국에선 주로 접하지 못하는 친숙한 고향의 맛이다.
NYT는 이와 같은 한인교회의 ‘점심 문화’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닌, 한인들이 직장과 가정을 넘어 교류하는 ‘제3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공간이었고, 각종 친목을 도모할 중요한 기회를 주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한인 교회는 미국에 정착한 1세대 이민자들의 핵심 공간이었지만, 최근 교회를 찾는 한인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점심 문화’에 대한 관심도 점점 시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전국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작년 조사 결과, 59%가 기독교인이라고 응답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2012년 조사에서 기독교인이라고 답한 한인 응답자 비율(71%)과 비교하면 12%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종교가 없다고 답한 한인의 비율은 같은 기간 23%에서 34%로 늘었다.
많은 한인은 사라져가는 교회 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장편소설 ‘인센디어리스’를 낸 권오경 작가는 종교 공동체에 소속됐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교회 외에도 많은 한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NYT는 최근 한인교회의 경우 연령별로 커뮤니티와 예배가 세분화돼 있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지만, 크리스마스 맞이 식사의 경우 여러 세대가 한 자리에 어울리는 예외적인 경우라고도 전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