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가 최근 불법 이민자를 직권으로 체포·구금해 멕시코로 돌려보낼 수 있는 법을 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텍사스 주법 (SB4)는 이 법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를 주 사법당국이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불법이민자 밀입국은 B급 경범죄로 최대 징역 6개월, 밀입국자 은신처 운영에 최소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 법은 내년 3월 시행된다.
공화당 그레그 에벗(Greg Abbott) 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이민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텍사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텍사스 국경 일대 강물 속에 이른바 ‘수중 장벽’을 설치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주가 불법이민자들과 마약 카르텔 문제로 시달리고 있음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위헌의 소지가 많으며, 유색인종을 차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첫째, 이 법은 “이민은 연방의회의 권한”임을 규정한 미국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다. 각 주가 자치를 하되, 외교나 국방 등은 연방정부에 맡긴다는 것이 미국 건국 이념이었다. 외국인을 미국에 받아들이는 이민정책 역시 연방정부의 고유권한이며, 주정부는 권한이 없다.
마음같아서는 경찰이라면 누구나 불법이민자를 몽땅 잡아들일수 있으면 좋겠지만, 법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불법이민자는 연방정부 소속 이민세관단속국(USCIS)의 국경순찰대 또는 연방요원만이 체포할수 있다. 공항에서 이민수속검사를 하는 출입국요원들, 텍사스 등을 여행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국경순찰대 역시 모두 연방정부 요원들이다. 불법이민자들이 추방재판을 받을 때도 지역 법원이 아닌 연방 이민법원에서 받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ACLU나 텍사스 민권 프로젝트(Texas Civil Rights Project) 등은 이 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연방요원이 아닌 주 경찰, 카운티 경찰 등이 이민단속권한을 갖게 된다. 지역 경찰이 연방요원처럼 이민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는 별도로 하더라도, 한정된 예산과 인력의 지역 경찰이 불법이민자 색출에 나선다면 다른 중요한 치안문제가 뒷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리나 히달고(Lina Hidalgo) 텍사스 카운티 판사는 “SB4는 지역 치안을 위태롭게 할 것이며, 지역 구치소를 불법이민자로 가득차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셋째, 이 법은 경찰의 인종 단속(racial profiling)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경찰은 아무나 붙잡고 “이민 서류를 보여달라”고 할수 있게 된다. 그 대상은 백인처럼 생긴 사람이 아니라 라티노처럼 생긴 유색인종이 절대다수일 것이다. 백인처럼 생기지 않는 한인 등 아시아 이민자들도 앞으로 텍사스주에서 이민신분 검사를 당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휴스턴 이민법률서비스(Houston Immigration Legal Services Collaborative) 비키 감비아(Vickie Gambia) 변호사는 “연방요원이 요구하지 않는 한 여러분은 이민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며 “하지만 이제 ‘저 사람이 수상하다’는 신고만 들어와도, 무조건 이민서류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은 일단 텍사스에서만 시행되지만, 반이민정서가 확산될 경우 조지아, 앨라배마 등 한인들이 많이 사는 보수적인 지역에도 비슷한 법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2012년 애리조나주가 반이민법을 제정했을 때 조지아 주 등이 뒤따라 비슷한 법을 통과시킨 것이 그 좋은 예이다. 텍사스주 이민법 문제에 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