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이민 120년을 맞은 올해,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이들은 모두 오랜 시간 공들인 정치력 신장 노력과 기업 진출 및 투자의 결실이었으며, 동시에 이민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의 표출이기도 했다.
본지 선정 2023년 10대 뉴스(12월 22일자 A-1,2면)에 드러난 사건 사고 및 여러 현상들을 바탕으로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빛과 그림자, 새해 과제 등을 분야별로 심층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정치력 신장과 ‘새 정치'(상, 하)
② ‘그리스도의 군사들’ 사건과 이민사회(상, 하)
“교회가 복지기관 역할 내려놔야”
정정희 교협 이단대책분과위원장
“권력 독점과 집단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토론 문화로 성도들의 분별력 높여야”
양형주 바이블 백신센터 원장
“이단에 빠진 당사자 다그치지 말고 탈퇴자 위한 구제 노력도 병행해야”
한인 이민사회에서 교회는 신앙 공동체이자 사회적 필요성도 채워주는 사회적 기관이기도 하다. 미국으로 이민온 후 한국에서만큼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종교기관은 의지할 수 있는 대안적 공동체가 된다.
비영리 단체인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교회는 한인 300∼400명당 1개꼴로 분포해 있다. 정정희 애틀랜타교회협의회 이단대책분과위원장(사진· 예수섬김교회 담임목사)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주 한인 커뮤니티 속 이단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회가 이민자의 초기 정착을 돕는 사회복지기관으로 변질된 데 있다”고 진단했다.
한인 이민 역사의 초기에는 사회복지기관의 절대 부족으로 인해 교회가 지역 한인사회의 일부 복지 기능을 떠안기도 했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성장한 지금은 한인회와 영사관, 언론사 등 공적기관에 그 기능을 다시 되돌려주고 교회는 종교적 성찰과 영적 성장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정희 애틀랜타교회협의회 이단대책분과위원장
“목회자가 성경 공부가 아닌 신도들의 이민 생활 상담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현실은 교회에서 신도들의 목사 의존도를 높일 뿐 아니라, 권력독점과 집단주의 문화를 낳는 원인이 된다. 신학적 토론이 활발해야 성도들의 사고력과 윤리적 판단력이 개발되는데, 교회 구성원이 신앙 공동체라기보다 생활경제 공동체로 엮여 있어 서로에 대한 신학 검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속 교회에 대한 관리와 운영 책임을 맡은 협의회 등의 연합 단체 역시 개 교회의 수적 성장을 위한 조직 관리에만 몰두하며 자정 작용에는 게을렀다는 비판도 있다. 정 목사는 “목회자가 신도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라는 대중적 편견 때문에 오히려 온라인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리는 교회와 목사 추천을 믿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중립적이어야 할 교회와 협의회가 신뢰를 잃은 탓에 인터넷 상의 이단 포교 등에 현혹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 극단주의와 관련한 범죄 예방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개인에게 ‘이단’이라는 낙인을 쉽게 찍는 것도 문제다. 정 목사는 “이단 탈퇴를 결심하더라도, 수치심과 불안감에서 혼자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블 백신센터의 원장 양형주 목사 역시 “초동대처에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이단에 빠진 당사자를 다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성적 판단을 억압하고 교인들을 우민화시키는 일들을 자행하는 종교 집단에 오래 있다가 탈퇴하는 경우,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고 은둔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단 경계 못지않게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 노력도 필요하다.
이단은 항상 종교적 극단과 맹신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란다. 법적, 공적 영역에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조우형 영사는 “최근 5년 사이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이단이나 사이비 관련 경고 안내가 나갔던 적은 없다”면서 범죄와 관련된 경우만 지역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단과 극단주의에 대해 한인 교계와 커뮤니티 전체가 좀더 적극적으로 우리 주변의 그늘진 곳들을 양지로 바꿔나가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