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성공한 선교 국가다.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주 한인 10명 중 6명은 기독교인이다.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의 김남중 교수(사진·실천신학)는 최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120년 동안 재미 한인 기독교는 신앙의 전파와 더불어 모국어를 사용하는 공동체 중심의 모임들을 강화하고, 확장된 가족으로서의 연대와 단결감을 제공해왔다”고 미주한인사회에서 교회 공동체가 가져온 의미를 밝혔다.
김남중 교수
문제는 ‘앞으로’ 교회가 나아갈 길이다. 김 교수는 한인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고착화된 ‘모범적 소수계’(model minority) 패러다임을 꼽았다. ‘모델 마이너리티’는 1966년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피터슨이 제시한 개념으로,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성과를 이룬 아시아계 미국인을 ‘이상적’ 이민자상으로 추켜세운 명칭이다. 김 교수는 “한인 이민 교회는 종종 모범적 소수계 패러다임에 기반하여 한인 또는 기독교만의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사회적 차별 구조를 무시한 채 선악의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인 교회 공동체가 이같은 보수적인 모범적 패러다임에만 몰두할수록, 사회 참여와 연대, 상호존중에 대한 감수성이 비교적 높은 이들이 교회를 떠날 수 있다. 김 교수는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 부모세대의 신앙과 삶의 불일치, 비민주적인 교회운영 등은 한인 2세대로 하여금 이민교회 참여를 망설이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적인 예로 한인 교회 목회자의 성비를 들었다. 타 인종 목회가 남성 70%와 여성 30% 가량으로 구성돼 있다면, 한인 교회는 성비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 여성이 전체 목회자의 5%에 불과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교회 구성원의 다양성 부족은 신앙과 다양한 문화 유산이 서로 어우러지는 것을 막는다. 김 교수는 미주 한인 교회는 120년 이민사에서 ‘한국적 공동체’의 역사를 이어오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음을 짚으며 교회가 “‘Korean-American-Christian’의 세가지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문화만을 고집하는 외골수의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 사회에 철저히 동화된 미국인도 아닌, 미국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며, 동시에 부모 세대의 모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는 복합적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는 한국 문화를 음식, 드라마, 가요 등으로만 ‘간편하게’ 접근하려는 축소주의적 경향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많은 한인 기독교인들이 구약과 신약 성경의 역사를 한국 역사보다 더 잘 안다”며 “이민사의 큰 축을 담당하는 교회가 한국과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으려고 노력해야 한국 문화뿐만 아니라, 타 문화의 유산들과 종교 전통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