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소녀들을 가둬 놓고 성착취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명단이 2024년 1월 1일 공개된다.
사실상 ‘성착취 리스트’인 ‘엡스타인 명단’에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연방법원의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지난 20일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언급된 150명의 신원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이 명단에는 피해자와 증인, 엡스타인의 직원, 스캔들 연루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스카 판사는 지난 수년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 관계자들 일부가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전 연인인 길레인 맥스웰의 재판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이름 일부가 이미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레스카 판사는 엡스타인에게 성 착취를 당했을 때 미성년자였고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를 원했던 피해자 등 일부 기록은 비밀로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 명단에 정치인·연예인·기업가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피해자에게 1200만 파운드가 넘는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리틀 세인트 제임스에 있는 엡스타인의 별장. 로이터=연합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엡스타인 사망 후 그와의 친분이 알려지자 입장문을 내고 “엡스타인을 만난 것을 후회한다”며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석학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 등 정·재계와 학계의 유명인사들이 억만장자 금융인 출신인 엡스타인과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자신이 소유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한 별장에 10대 소녀 수천 명을 데려와 성착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곳에 유력 인사들과 지인들을 초대해 소녀들을 이용한 성상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부터 진행된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이같은 만행이 드러났고 그는 결국 10대 여성 최소 35명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 착취 혐의로 2019년 7월 수감됐다. 그러나 약 한 달 만에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전 연인 길레인 맥스웰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대 소녀들을 모집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12월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