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후 지금까지 네번의 승부수 던져
SBA론·모기지론·상장 등으로 성장가도 달려
새로운 도약 위한 ‘다섯번째’ 전략 관심 집중
메트로시티은행은 지난 2006년 출범 이후 결코 순탄치 않은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조지아 은행 줄폐업 사태, 부동산시장 침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진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위기와 파고를 넘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메트로시티은행은 그런 위기와 파고를 오히려 성장의 발판과 도약대로 삼았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배후에는 항상 백낙영 회장의 탁월한 전략적 판단과 승부수가 있었다.
은행 출범 직후 불어닥친 서브프라임 사태와 그에 따른 경기대침체로 은행 경영은 위기를 맞았고, 분기 실적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백 회장의 첫 번째 승부수는 선구적인 SBA(중소기업청) 론 시장 진출이었다.
그는 “1980년대 당시 애틀랜타에 한인 인구가 얼마 없었을뿐더러, 운영하는 비즈니스들도 다 영세했다”며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SBA론 은행을 연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별세한 한인 방송국 KTN의 설립자 고 심중구씨에게 최초로 SBA 대출을 주선했다. 그는 “1981년도에 2만 달러 론을 받았다. 주얼리 소매업을 하다가 도매업으로 확장하면서 자본이 필요하다고 나를 찾아왔었다. 당시 대출을 받는 데 3개월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SBA 론 시장에 뛰어들며 한인 비즈니스 오너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즈니스에 피를 공급해 줌으로써 많은 비즈니스의 수익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우리랑 같이 조지아에서 9개 은행이 설립됐는데, 당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8개가 망했다. 우리는 SBA론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당시 조지아 은행 중 SBA론을 하는 은행이 많이 없었지만, ‘SBA론 선구자’로서 1980년대부터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은행을 첫 번째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메트로시티은행 백낙영 회장은 한인 최초로 SBA 론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하지만 위기에서는 탈출했지만 SBA 론만으로는 은행의 도약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이에 따라 2012년 ‘50% 다운페이 모기지론’이라는 두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다른 은행들은 부실 자산 처분으로 바쁜 시절이었지만 50% 다운페이에 담보가치를 합치면 은행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낮은 신용점수와 소득 증명의 어려움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은행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대박은 애틀랜타보다 뉴욕에서 터졌다. 중국계 이민자들이 줄을 서서 모기지론을 신청했다.
세 번째 전략적 결정은 은행을 공개하는 ‘상장’이었다. 주주들의 투자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상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 나스닥(NASDAQ) 상장에 성공했고, 그로 인해 애틀랜타 한인사회에는 새로운 백만장자(millionaire)들이 대거 탄생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도 잠시, 팬데믹과 세계적인 공급만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고, 연방준비제도(Fed)는 2022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전, 백 회장은 네번째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이자율 스왑(interest rate swap)으로 고금리 시대를 헷징하는 것이었다.
2021년 9월부터 이자율 스왑을 시작했다. “이자율 상승은 은행에 있어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는 것이다. 2021년 9월 내가 이사진을 설득해서 스왑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스왑으로 인해 기대되는 추가 수익이 작년에 500만달러, 그리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트로시티은행의 작년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은 4048만달러. 여기에 4분기 순익을 더하고, 이자율 스왑 추가 이익을 더하면 작년 전체 순익이 나온다. 올해는 이자율 스왑으로 인한 추가 수익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메트로시티은행은 연간 ‘순익 1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새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순익 1억달러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백 회장이 던질 다섯번째 승부수가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80대에 접어든 백 회장은 은퇴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항상 “건강이 닿는 데까지 일하고 싶다”고 짧게 답한다. 새해 계획도 변함이 없다.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과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은행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은행 순익 확대와 그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둘루스와 스와니에 메트로시티은행 밀리어네어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트로시티은행 백낙영 회장.
“성공 비결?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는 것이 전부”
“올해 이자율 내려가면 숨통 트일 듯… 다른 은행 M&A 가능성 항상 열려있어”
“무리하게 확장하다 망하는 경우 많아…은퇴 전 탄탄한 후계체제 구축이 목표”
메트로시티은행의 백낙영 회장은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맨땅에서 은행을 세워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나스닥 상장’ 성공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미래를 내다보며 은행의 다음 세대를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은행 창업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성공 드라마를 들어본다.
-은행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1988년 ‘서밋 내셔널 뱅크’가 생겼을 때 창립 이사로서 함께했다. 아시아계를 타깃으로 만든 은행이었는데, 투자자 중 동양 사람은 별로 없었다. 2005년까지 18년 동안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은행 비즈니스를 배웠다. CPA(공인회계사)로서 파이낸스 배경이 있어서 은행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고 2006년 메트로시티은행을 세웠다. 은행 비즈니스는 주 정부, 연방정부 등 여러 곳에서 감독하기 때문에 ‘돈을 도둑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은행은 여러 투자자가 모여 돈을 맡겨도 운영하기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은행을 시작하고서 후회한 적은 없다.”
-메트로시티은행의 고속 성장을 다들 부러워하는데 비결이 있다면.
“없다.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직원들에게 달성해야 하는 내년 목표를 정해준 적도 없다. ‘목표’의 의미보다 열심히 하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해 은행 경영상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은행이라는 것이 항상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새해에도 변함이 없다. 관심사라고 한다면 이자율 하락이다. 2022년 3월부터 이자율이 굉장히 많이 올랐는데, 올해 중반부터 이자가 세 번 내려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익성이 좀 높아진다. 은행으로서는 올해 전망이 좋다. ”
-은행의 가장 큰 리스크를 꼽는다면.
“론을 내주고 못 받는 ‘크레딧 리스크’와 ‘이자율 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은행이 이자율이 이렇게까지 올라가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자율이 높아지기 6개월 전부터 ‘이자율 스왑'(interest rate swap)으로 대비를 했다. 내가 알기로는 커뮤니티 은행 중에는 스왑을 한 곳이 없다. 우리는 지난 10년 이상 저금리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이자율 상승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80년대에 이미 경험을 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21%까지 올린 것도 경험했다.”
-새로운 단계의 성장을 위한 M&A(인수합병)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는지.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식 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우리가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M&A가 있다면 우리가 팔려나가는 것보다 다른 은행을 살 찬스가 더 많다. 내가 애틀랜타에서 밀리어네어(millionaire)를 거의 100명쯤 만들었다. 17년 전 은행에 투자한 10만 달러가 200만 달러 가치가 됐다. 1년 배당금은 약 5만7000달러다.
-올해 한인 비즈니스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전반적으로 이자율이 내려가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확장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비즈니스가 안 돼서 망하는 것보다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항상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고 세금 보고를 잘하면 된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먼저 해당 업종에서 경험을 쌓고 수익 모델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는 언제쯤 계획하고 있는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은퇴하기 전까지 은행에 탄탄한 매니지먼트(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다음 세대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찾고 있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