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백화점 아닌 ‘복음’만을 파는 단일상점
…새 성전에서도 예배에 집중하는 모습 지킬 터”
AD 313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했다. 유대 식민지의 종교가 하루 아침에 ‘황제의 종교’로 바뀌었고, 기독교는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교인 수가 늘어나는 ‘수적 부흥’은 곧 한계를 드러냈다. 박해는 끝났지만 질적 성장은 뒷걸음질하기 시작했다.
이혜진 목사가 작은 기도모임으로 시작한 아틀란타 벧엘교회는 지난 8년간 재적 교인이 2000명에 근접하는 수직 성장을 거듭해왔다. 교회 개척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에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이 없다는 시대에 부흥을 체험하는 교회로 주목받고 있다. 이 목사에게 과연 ‘양적 부흥’과 ‘질적 부흥’의 딜레마는 없을까.
이 목사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이 시대의 어려움을 짚으면서도 “진실한 신자가 되기에 쉬웠던 시대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한다. 시대와 타협하는 이들의 논리를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교회에 출석하면서도 무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이기심을 놓지 못하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이념과 세대 간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교회의 현실이다. 대형 교회에 출석한다는 소속감을 신앙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다.
이 목사는 교회가 다시 “‘복음’만을 판매하는 단일상점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오는 6월 12만스퀘어피트(sqft) 규모의 새 성전 이전을 계기로 지역사회를 위해 생활체육교실이나 노인대학을 운영하자는 교인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이 목사는 “교회가 백화점이 돼선 안된다”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중단한 친교 식사도 아직 재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소수 교인들에게 전가되는 노동 부담 문제는 차치하고 예배 외에 쏟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줄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밖의 사람들에게 교회의 매력은 큰 규모의 커뮤니티 공간이 아닌, ‘그리스도인의 선한 영향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목회자들이 운전 봉사는 물론, 이삿짐을 나르고 은행계좌를 여는 것도 도왔던 개척 교회 시절을 언급하며 “이민자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됐던 예전과 달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무한대로 확장된 지금, 교회의 사회화 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고 지적했다.
커뮤니티와의 유대감 형성보다는 ‘이웃을 도우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인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참된 신자된 삶의 모습을 닮으려고 자연스레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교회를 찾아 신자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목사는 성경을 ‘슬픈 변방인들과 비주류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로 해석한다. 그는 올해 ‘변방’에서 일어날 선한 일들에 주목하고 있다. “노예로 잡혀와 이방의 땅에서 정체성을 지켰던 다니엘처럼 중심에서 떠나 변방으로 온 한인들이 낙담하지 않고 변방을 오히려 중심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새해 포부를 대신했다.
이혜진 목사는 오는 6월 새 성전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세대 단절 가장 큰 원인은 언어…가족예배가 해답”
“교회 규모가 커질 수록 분열의 위험도 커져…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단 본질에 집중할 터”
이혜진 목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로서 교회를 섬겼던 시절을 떠올린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학원을 마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학에서 신학 석사,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2013년 4월 쟌스크릭 한인교회의 부목사로 애틀랜타에 첫 발을 디뎠다.
1년 뒤 쟌스크릭 한인교회를 떠나 2015년 둘루스 벧엘교회를 창립했다. 스와니에 있는 벧엘교회를 찾아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 교회 창립 9주년을 맞는다. 새해 계획은.
“스와니의 스포츠센터 건물을 구입해 예배당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 건물의 6배 규모인 12만스퀘어피트(sqft)에 달하는 큰 건물이다. 교회의 이사는 나무의 뿌리를 옮기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교회다운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쉼터를 잘 조성해 교인들에게 새로운 영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
-교인이 늘어나며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교회 규모가 커지는 것의 위험성은 당연히 존재한다. 교인 간의 분열과 주도권 다툼이 잦아지는 것이 대표적 문제점이다. 사학을 전공한 터라 과거 교회사에서 교훈을 찾으려 한다.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교단이 성장한 경우는 많지 않다. 교인 수와 관련 없이 본질에 집중하고 싶다.”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가 되지 않는 교회’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는데.
“한인 이민 가정 내 세대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언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같은 언어를 쓰지 않으면 같은 믿음을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동남아시아나 유럽 어딜 가도 한인교회가 영어 예배를 드리지 않는데 미국만 차세대를 위해 별도로 영어 예배를 편성하는 것은 문제다. 한국어가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교회 예배의 절반 이상을 가족예배로 편성하고 있다. 청년 교인의 90% 이상이 부모와 함께 출석한다.”
-부모의 교회를 이탈하는 2세들도 적지 않은데.
“예배가 유소년, 청년, 중장년 등 세대로 나뉘어진 게 문제다. 올해 매 예배 마다 15-20명, 총 60-80명의 아이들이 성인예배에 참여한다. 한국어가 서툰 어린이들도 예배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부모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들은 말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 값진 교육이 된다.”
-교회의 성장에 맞춰 지역 나눔사업도 커져야 한다고 보는데.
“매년 연말마다 ‘선한 이웃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역 내 소방서, 병원, 경찰서 등을 순회 방문하며 물품을 기부한다. 모든 교회는 지역성과 공공성을 띤다. 공동체를 보호하는 많은 이들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것은 당연하다.”
-다섯 자녀를 둔 부모로서 자녀 양육의 경험을 공유한다면.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배운다. 부모가 매순간 원칙을 지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령 자녀가 주일에 대학입시를 위한 비교과 활동이 있다고 하면, 단호하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우리 가정의 원칙은 주일예배 참석이지, 대학의 명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