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주에 사는 브랜든 폴린은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 집에서 함께 살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남동생과 지하 공간을 같이 썼는데, 동생이 밤새 친구들과 놀던 탓에 잠을 자기 힘들어 짜증 났다”고 전했다.
지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모 집에 얹혀살며 폴린은 번 돈을 악착같이 저축했다. 그는 결국 2022년 6%대 금리로 대출을 얻어 신혼집을 장만해 독립했다.
세계 각국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선 폴린처럼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었다. 영국에선 생애 첫 주택 구매 건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최근 첫 주택 구매 나이는 43.7세였다.
1일 WP에 따르면 미국에선 ▶치솟는 월세▶모기지금리 상승▶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부모와 동거하며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게 요즘 추세다.
미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주택 최초 구매자의 27%는 월세 등을 내며 독립하는 대신, 집을 사기 직전까지 부모 등 가족에 얹혀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9년 통계 추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미국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독립할 나이에도 부모 집에 산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25~34세 남성의 20%가 부모 집에 산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 구매 가능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청년들이 월세 절약과 집값 마련을 위해 부모 집에 사는 건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월세·대출 금리·집값 고공행진 탓
왜 미국 청년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을까. 우선 월세가 비싸진 탓이다. 미 부동산 임대사이트 렌트닷컴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전역에서 월세가 20% 올랐다. 특히 뉴욕(4300달러·약 558만원), 샌프란시스코(2970달러), 마이애미(2600달러) 등의 대도시들의 월세가 비쌌다.
NAR의 제시카 라우츠 리서치 부문 부회장은 WP에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임대료까지 감당해야 한다”면서 “이들은 내 집 마련에 있어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모기지 금리는 코로나 전에는 연 3~4%대에서 최근 7%대 안팎으로 치솟았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에서 모기지로 주택을 살 때 이자 부담이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주택가격은 코로나 기간인 2020년 봄에서 2022년 가을 사이 49% 급등했다. 이렇게 집값이 오르자 일부 젊은 층은 내 집 마련을 아예 포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 나이 29세→36세
청년들이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내 집 마련을 꿈꿔보지만, 꿈을 실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부모 세대(29세)보다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20~30대의 주택 구매 비율은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문은 “미국 청년층은 부동산 문제에서 절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모와 동거하는 이들이 늘다 보니 미국에서 다세대 가구가 급증했다. 퓨 리서치센터는 “다세대 가정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1970년대 이후 4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2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생애 첫 주택구매자 수는 지난해 29만명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전년도인 2022년 37만명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매체는 영국에서 모기지 이자율 상승, 비싼 부동산값 탓에 생애 첫 주택구매자 수가 급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