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미국 곳곳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산불, 폭우 등 재해가 잇따르고 보험금 지급 비용이 상승하면서 보험사들이 주택화재보험과 자동차 보험료를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손해율이 증가 폭이 큰 일부 지역에서는 보험사들이 신규 보험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뉴저지주 당국은 손해보험사 올스테이트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여 평균 17% 인상안을 승인했다.
뒤이어 뉴욕주도 이 회사의 자동차 보험료의 15% 인상안을 허용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올스테이트의 자동차 보험료 40% 인상 요구안을 승인할지를 검토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당초 올스테이트의 차 보험료를 30% 인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올스테이트 측은 인상 폭이 낮다며 캘리포니아주 내 자동차 보험 신규 인수를 중단했다.
보험료 급등과 인수 중단 사태는 주택화재보험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파머스 인슈어런스그룹은 지난해 일리노이주와 텍사스 거주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주택화재보험료를 23% 넘게 인상했다.
보험사 네이션와이드 뮤추얼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허리케인 피해 취약 지역에 위치한 1만여 가구의 주택화재보험 갱신을 거부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급격히 올리고 있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로 기록적인 손실을 본 탓이다.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선 기후 온난화 여파로 허리케인이나 폭풍우의 피해가 이전보다 커졌고, 가뭄에 따른 대규모 산불 역시 보험금 지급을 늘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손해보험사 스테이트팜의 경우 2022년 재산 피해 관련 보험 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13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테이트팜이 산불 피해가 컸던 캘리포니아주 지역의 주택화재보험 신규 인수를 중단하자 이에 놀란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지난달 이 회사의 화재보험료 20% 인상안을 승인해야 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대규모 자연재해는 보험사들이 위험도를 평가하기가 어려운 탓에 보험사들이 보수적으로 보험료를 더 높게 산정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물가 여파로 차량이나 주택을 수리 및 교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도 보험료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보험판매대리점의 대표인 티모시 개스파는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들의 신규 인수 거부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사 측은 비용 인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파머스 인슈어런스그룹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 및 보험금 청구액 증가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내이션와이드 뮤추얼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시장 혼란에 대응해 보험을 인수하는 데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고, 스테이트팜 측도 “비용 및 위험 인상을 반영해 보험료를 인상했으며 경쟁력 있는 보험료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라고 WSJ에 말했다.
올스테이트의 톰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전역이 점점 더 혹독해지는 날씨의 위험에 놓여 있다”며 “이로부터 안전한 지역도 없고, 영향을 받지 않을 지역도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