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경영전문대학원(MBA) 졸업생들의 구직은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직장을 구하지 못한 미국 MBA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MBA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2년간 최대 20만 달러의 학비와 함께 별도의 생활비까지 스스로 부담해야 하지만, 학위 취득 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상위권 경영전문대학원 졸업생들도 구직이 힘들어졌다.
하버드대의 경우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MBA 졸업생의 비율은 2021년에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로 급증했다.
스탠퍼드대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MBA 졸업생의 비율이 18%로 늘었다. 지난 2021년에는 이 비율이 9%에 불과했다.
또한 매사추세츠공대(MIT)도 이 비율이 2021년 5%에서 지난해 13%로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MBA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장들이 최근 채용에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BA 졸업생들은 컨설팅이나 첨단기술, 금융 분야에서 직장을 얻기를 원하지만, 최근 1년간 해당 분야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예전보다 더 신중하게 직원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도 MBA 졸업생들에게 불리한 대목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MBA 학위를 지닌 구직자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구직자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일대 MBA 진로 담당인 애비게일 카이스는 “기업들이 MBA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은 이들이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도 쉽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채용 시에 더 보수적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A 졸업생들이 농업과 제조업 등 기존에 MBA 졸업생들의 관심이 적었던 분야에서 취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립대 MBA 진로 담당 브리트니 타이리는 “첨단기술 분야의 채용이 줄었지만, 소비재와 유통업 등에 취업하는 졸업생은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