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모두 싫다” 유권자도 늘어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 대회)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합주 중 하나인 조지아주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랜타 저널(AJC)이 조지아대학 공공국제대학원(SPIA)에 의뢰해 지난 3~11일, 조지아주 등록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을 통해 조사한 결과, 트럼프가 바이든을 45% 대 37%로 앞질렀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이긴 조지아에서 ‘트럼프 대세’ 바람이 부는 것은 중도층과 흑인 유권자의 ‘변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0.3%포인트(1만1779표)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간신히 이겼다. 당시 바이든의 승리에는 중도층(65%)과 흑인(88%), 히스패닉(62%) 등 소수계의 압도적 지지 덕이 컸다. 4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은 중도층 50%, 흑인 58.6%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주된 이유는 역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살기 어려워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유권자의 52%가 앞으로 1년 안에 미국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 인식이 우세한 진보 성향 그룹마저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응답(48%)이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응답(44%)보다 높았다.
사상 최저 수준의 낮은 실업률 등 조지아주가 누리는 경제 활력도 민주당에게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 투자 유치를 주도하며 경제 발전을 최대의 실적으로 내세우는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에 대한 유권자의 호감이 공화당 지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와 달리, 주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호적 평가는 57%로 과반이 넘는다. 켐프 주지사의 경제우선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인종, 정당, 이념을 떠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38%, 흑인층의 39%가 캠프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의 높은 지지율이 대선에서 절대적 우위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에 싫증을 내는 유권자들이 많아지며, ‘반 바이든’ 유권자 그룹이 ‘친 트럼프’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올해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유권자들은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특히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 유권자의 경우 투표 거부 의사를 밝힌 이들이 13.8%에 달했다. 흑인 유권자의 투표 거부율도 10.2%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보다 큰 수치다.
AJC는 “조지아 유권자의 20%는 두 후보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두 정당이 모두 유권자 표심 공략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했다. 던우디 시 주민 조엘 크리거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뽑은 것을 후회한다며 “두 개의 악 중에서 덜한 것을 고르는 것에 모두가 지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AJC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