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오세 엄마는 매일 아침 곱게 화장을 하고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고서는 편안하고 안전한 신발을 신고 집 앞으로 나섭니다. 제 시간을 맞춘 듯 집 마당으로 차량이 들어오지요. 어르신 안녕하세요? 밝고 큰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할머니 앞으로 중년의 아주머니가 달려 나와 손을 잡고서는 차를 태워 집을 빠져나갑니다. 오늘도 엄마는 그렇게 집을 비우며 신나게 따라 나섭니다.
5년전 남편이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나고는 어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자 살아갈 날을 두려워만 하던 엄마였습니다. 물론 아들, 딸, 손주들이 자주 드나들며 말 벗을 하고 챙겨 드리기는 하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아 집을 지키고 생활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었을 겁니다. 집 안팎을 정리하는 일도 허리 굽은 엄마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밥을 먹고 투닥투닥 싸움인듯 대화인듯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다 하셨습니다.
어느날 큰딸은 나이든 노인들이 다니는 일종의 아이들 유치원 같은 노치원이란 곳을 알아보았습니다. 지방자치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건강보험 공단에서 등급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받고 일부는 본인이 부담하는데 엄마는 3등급을 받으셔서 20% 만 내면 된다 했습니다. 힘 없고 죄다 어디 아픈 노인네들 가는데 아니냐며 싫다고 하시더니 딸과 함께 여러 곳을 방문하여 프로그램을 알아보고는 재미있겠다 하시며 나가 보겠노라 하셨답니다.
자식이 다섯인데 둘은 미국 나와 살고, 하나는 울산, 아들과 딸 하나는 그나마 한시간 거리에 살아도 모두 바쁘게 살고 있어 매일 엄마를 찾아볼수 없으니 어찌할수 없지 않은가 하고 우리는 스스로를 변명하며 현명한 방안이라 서로 위로합니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 자식이 한부모 못 모신다는 말이 있다는데 우리도 그 자식들인 모양입니다. 각자가 바쁘게 생활하고 있으니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있더라도 무엇을 하며 긴 시간을 보내야 할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어린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여러 경험을 체험하는 것처럼 나이든 엄마는 노치원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재미난 놀이를 통한 적당한 운동도 하고, 손을 움직여 다양한 물건이나 소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혼자 먹는 조촐하고 식은 음식이 아니라 따뜻하게 지은 밥과 골고루 식단을 짜서 만든 반찬으로 서로 살펴주는 식사를 하신다니 그야말로 가족을 대신한 든든한 보호자가 되는거 같아 저희들 마음도 한결 편하고 좋습니다.
관계자분께서는 매일 그날의 영상을 보호자인 큰딸에게 보내옵니다. 영상속의 엄마는 생기가 넘치고 즐거워하시며 친구를 만나 좋으신지 많이 웃고 계십니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선 엄마는 오후 5시에 집으로 돌아오십니다. 하루를 그렇게 움직인 엄마는 외로울 사이 없고 적당히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고 깊이 주무시니 아침이 가볍고 일상이 즐거워지셨다고 합니다.
이젠 매일 아침 엄마를 등원 시키는 기분입니다. 오늘도 재미난 일들로 친구분들과 함께 많이 웃고 맛있고 따뜻한 식사하시고 돌아 오시길 바라면서 말이지요. 어르신들도 성향이 다 다르다 보니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 불편하고 싫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람들 모여 자식자랑 아니면 어디 아픈 얘기만 한다고 듣기 싫어 혼자가 편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젊은 우리들도 그렇지요. 누군가와 함께하며 살펴야 하는 것이 피곤하다고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세상살이 입니다. 편하고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같습니다.
낯설게만 들렸던 노치원이라는 단어가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분들에게 필요한 곳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봅니다. 평생 자식들 키워 내느라 애쓰고 고생한 몸과 마음을 노치원에서 가볍게 웃고 다정히 어울리며 서로의 수고를 따뜻이 위로 하고 즐겁게 식사하시면서 편히 놀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니 경제적 부담 없이 많은 어르신들이 쉽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노치원으로 발전되면 정말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