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유명배우 이선균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있었다. 고인이 2개월 가까이 경찰 수사를 받으며 두차례의 마약 검사에 음성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마약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수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명예를 훼손당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미국에서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할리우드에도 마약 전과를 가진 배우들이 수두룩하다. 인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 중독으로 징역 6개월을 살고도, 영화 ‘어벤저스’와 ‘아이언맨’으로 재기해 세계적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마약 문제를 보는 미국과 한국의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공권력은 마약 판매나 카르텔 등 공급선을 엄벌하는데 중점을 두는 반면, 마약 이용자의 경우 피해자로 간주하며 되도록 재활의 기회를 주는 편이다. 또한 마리화나 등 일부 약물에 대해서는 합법화를 통해 정부에서 통제하는 전향적 정책을 취하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마약 사용이 한번이라도 발각될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되며,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한인들이 길거리를 떠도는 마약 사용자들을 모두 감옥에 가두자고 말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쉽지 않다. 먼저, 이들을 모두 감옥에서 먹여살리는 비용도 여러분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들이 감옥에서 범죄를 배워 더 심각한 범죄를 배우는 상황도 발생할수 있다. 시에라 재단(The Center at Sierra Health Foundation)의 카잉 행(Kaying Hang) 회장은 “50년 동안의 마약전쟁(war on drugs)은 많은 수감자와 막대한 예산 사용만 낳았다”고 진단한다. 미국사회가 단순 초범 마약 사용자에 대해서는 가벼운 처벌과 재활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주는 이유다.
타민족 사회의 경우 마약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비영리단체 CVEA는 필리핀계 이민자 젊은이들을 위한 센터를 만들어, 폭력단과 마약이 없는 안전지대를 만들자고 나섰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비영리단체 크로스로드 재활센터(Crossroads Recovery Center)는 원주민 노인과 젊은이들을 상태로 약물남용 방지 교육에 나섰다. “마약 사용자들을 창피주고, 벽을 치고 멀리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라며 아일린 브라운(Arlene Brown) CEO는 지적한다. 비영리단체 HEPPAC의 브라운즈 코트니(Braunz Courtney) 사무총장은 마약 중독자들에게 거주지와 음식, 위생용품을 주며 재활을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주 한인사회는 어떠한가. 가족, 친지, 주변의 마약 문제로 고민하는 한인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종종 들린다. 그러나 이 문제를 드러내놓고 말하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인식, 체면 손상과 언어 장벽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약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수 없는 문제다. 한국과 비교해 마약 노출이 더욱 쉬운 미국이니만큼, 마약 문제에 대해서는 한인사회가 공개적으로 맞서고 나서야 할 것이다. 마약이 퍼지기 전에 위험성에 교육하고 예방하며, 사용자에게는 공개적 창피를 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돕고 재활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마약 사용자들은 영화에 나오는 범죄자들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일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