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67% “같은 후보 또 보는 것에 피로감”…리턴매치에 ‘부정적’
응답자 70% “바이든 재선 도전 안 돼” vs 56% “트럼프 출마 안 돼”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확실시되면서 벌써 본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양측이 상대를 겨냥한 본게임 전략을 조기에 가동함에 따라 네거티브 대결도 일찌감치 가열되는 모양새다.
전·현직 대통령간 공수가 뒤바뀐 리턴매치가 될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세론’을 빠르게 굳히는 데 성공하면서 남은 대선 기간이 두 사람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다수 미국민이 반대하는 대선 캠페인 대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아직 경선 레이스에 남아 있긴 하지만 양 진영의 선두 주자들은 남은 9개월간 상대를 때리기 위한 조직을 이미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까지 초반 과반 득표의 2연승을 기록, 조기에 경선 승리를 확정 지은 분위기다.
공화당 모금활동가들은 올봄 바이든에 대한 네거티브 광고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을 위한 ‘큰 손’들을 줄세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 왔다.
이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핵심 참모 2명을 선거운동 캠프로 파견키로 하는가 하면 트럼프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격의 강도를 높이는 등 본선 태세에 돌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기 후보 확정 모드가 대응 움직임의 속도를 재촉했다고 바이든측 인사들이 귀띔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월 22일 백악관 국빈실에서 Roe v. Wade 판결 5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을 포함한 생식 건강관리 태스크포스와 회의하고 있다. 로이터
취임 초반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낙태권과 1·6 국회 난입 사태 등 트럼프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쟁점을 잇달아 꺼내며 그를 실명으로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과 그의 캠프를 “덜 떨어진 조 바이든과 그의 급진적인 미치광이 무리”라고 부르면서 거의 모든 연설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정신적 능력에 대한 조롱을 일삼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민자 정책이나 인플레이션 등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한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캠프의 오랜 여론조사위원인 짐 맥러플린은 WP에 “이번 선거는 국경 정책이나 인플레이션 등 유권자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에 대한 바이든의 실패 기록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네거티브 공방의 과열은 이번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비호감 대선’이 될 것이라는 미 유권자들의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1월 23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열린 뉴햄프셔 대통령 예비선거 야간 파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WP는 미국의 근현대사에서 이번 대선이 가장 인기 없는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남은 9개월이 이들 두 명의 비호감 인물이 서로를 강력히 공격하고 상대의 인지적 무능에 대한 비판을 주고 받는 시간으로 점철될 것이라고 짚었다.
본격적인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미국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재대결을 바라지 않는다고 답해왔다.
지난해 12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은 트럼프 대 바이든이라는 선택지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각각의 후보가 출마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응답 비율은 더 높았다.
전부터 중도층에서 약한 지지 기반 등이 아킬레스 건으로 꼽혀온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도 국정 수행 능력과 고령 등을 이유로 비호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22~24일 조사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1천250명 대상, 오차범위 ±3%) 결과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입장이 재확인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67%는 ‘같은 후보를 다시 보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며,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원 응답자의 약 절반, 전체 응답자의 70%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안 된다’는 견해에 동의했고, 공화당원 응답자의 약 3분의 1, 전체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이어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공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견해에 전체 응답자의 4분의 3이 동의했다.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절반 가량이 같은 답을 했다.
민주당원의 과반, 공화당원의 3분의 1도 각각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문제로 봤다.
또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찍을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59%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바이든 지지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답한 사람 중 39%는 ‘바이든에 대한 반대’를 트럼프 지지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치분석사이트 538(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수를 의미함)의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는 수개월째 50%를 넘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덜 싫은’ 후보가 되기 위한 비호감도 경쟁에 나선 두 후보는 상대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WP는 민주당 전략가들은 현재 미국인들이 점점 더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아닌 싫어하는 후보에 반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네거티브 전략에 더 힘을 싣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