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부동산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일부 종류를 제외하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 자료를 인용, 지난해 미국의 총 부동산 거래가격은 3천740억 달러로, 2022년에 비해 5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해 구매자가 매물을 보기도 어려웠던 2020년보다도 14% 적은 금액이다.
RCA CPPI 전국 종합 부동산지수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22년 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당시의 최고점 대비 11% 하락했다.
일부 부동산 하락 폭은 이보다 컸다.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공급이 많았던 업무중심지 사무실 가격은 2022년 3월 이후 40% 하락했다.
팬데믹 기간에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투기가 몰렸던 아파트도 고점 대비 15% 하락했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부동산도 있다.
전자 상거래에서 창고로 쓰이는 부동산의 경우 가격은 그대로였다.
호텔도 가격이 유지됐다.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미 팬데믹 기간에 가격이 많이 내려간 데다 앞으로는 민간 공유숙박 체인인 에어비앤비에 대한 단속으로 상대적인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셀프 보관창고 같은 틈새 부동산상품도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 덕분에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동산값을 끌어내렸지만 지금은 그런 급매물이 많지 않다.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세입자들이 대부분 임대료를 잘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임대료 수입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비용의 약 1.6배에 달해 임대인들도 아직 여유가 있다.
인기가 없는 분야의 부동산은 가격이 더 내려갈 전망이다. 도심 업무용 빌딩의 경우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 차이가 크다. 가격이 20%가량 더 내려갈 수 있다.
부동산 가격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부동산 관련 상장 주식 가격은 침체에서 회복하기 시작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신탁 관련주들은 작년에 평균 14% 상승했다. 주가는 최대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물 부동산 시장 가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WSJ은 금융위기 당시처럼 헐값에 부동산이 거래되는 상황이 나타나려면 지금보다 경제가 훨씬 더 어려워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