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이민 1세대, 주류·한인사회 ‘이중적 고립’ 겪어
독거노인 돌봄위원회 출범…공적 기구로 신뢰 얻길
정부의 노인복지 혜택 한국어 서비스 확대도 절실
2022년 4월 6·25 참전 용사인 고 황관일 씨가 조지아주 애크워스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치매를 앓던 고인은 건강 악화로 인해 집에만 머무르다 청소 봉사자에 의해 발견됐다. 지난해 4월에는 로렌스빌 시니어 아파트에 혼자 거주하던 김현태 씨가 사망한 지 1주일 후 간병인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한인을 비롯, 아시아계 이민 1세대가 외롭게 늙어가고 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주립대(UWM) 연구진은 2022년 국립보건원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전국 이민자 노인 인구가 2060년까지 2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노인 인구의 8%가 아시안 이민 노인 인구가 된다.
연방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귀넷 카운티의 아시안 노인 인구는 약 1만 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노크로스에 있는 복지센터인 청솔 시니어센터에는 귀넷, 디캡 카운티 등에서 20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한인 노인들의 고독사는 한인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다. 지난달 13일 노인 고독사 방지를 위한 ‘한인 독거노인 돌봄위원회’가 출범했다. 류재원 초대 위원장은 무엇보다 주민자치 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목회자로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집안일을 돕거나 교통수단이 없는 이들의 식료품 등을 대신 사다주는 등의 노인 돌봄 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을 계기로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4월에는 유족이 없던 김현태 씨의 장례 예배를 집례했다.
지난해 4월, 로렌스빌의 독거노인 김현태씨 장례식에서 류재원 목사가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한인회 제공
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돌봄 활동은 한계를 맞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제 개인 선행만으로는 커지는 이민 노인 고독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개인 인맥을 동원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방을 구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좁은 한인 사회의 특성상, 임대차 계약서 공증 등의 요식 절차 없이 알음알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면 계약’만을 믿는 젊은 자식들의 의심을 받아 곤란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대가 달라진 지금, 한인 사회도 ‘정’에 의존하기 보다 신뢰성을 갖춘 공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인 독거노인 돌봄위원회는 한인회 산하 조직이지만, 위원장 교체 등에 따른 조직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립 기구로 운영한다. 한인교회에서는 구제의 대상, 한인회에서는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져온 독거 노인들을 상호의존의 공동체로 다시 불러들이려면 촘촘한 지역 네트워크를 가진 자치조직이 독립성을 가지고 오래 운영되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홍기 회장을 비롯한 한인회 관계자들과 독거노인 돌봄위원회 발족위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지아 기자
조지아주립대(GSU) 노인학연구소에서 중국 시니어 이민자를 연구하는 헤잉 찬 사회학과 교수는 “아시아계 노인들은 개인 소유의 사업체가 있거나 소득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아 가족 공동체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일원으로 인식되곤 한다”며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소수자”라고 설명했다.
이민자 노인 복지는 주정부의 재정이나 복지정책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 탓에 전문가 도움 없이는 제대로 혜택을 받기 어렵다. 메디케이드 대상자라면 장기요양과 관련시설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연방 노인복지법(OAA)에 의존해야 한다.
영어가 서툴고 지역사회와 단절된 고령층 대부분은 시니어센터나 노인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교통편이 제한적이다. 보험회사가 하청업체를 통해 제공하는 생활 서비스 역시 수익성을 고려해 지원 범위를 결정한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푸드스탬프(SNAP), 빈곤층 일시 지원제도(TANF)와 달리 조지아 주정부의 노인복지 혜택은 소수 언어를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 조지아 종합 복지포털사이트인 게이트웨이도는 가족과 아동 복지에 치중돼 있어 메디케이드 신청 외 노인복지 정책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노인아파트 내 911 연계 비상벨 설치 등의 필요성도 늘 거론되지만 주 의회 차원의 제도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돌봄 사각지대는 노인들의 심리적 거부감에 기인하기도 한다. 류 위원장은 “이민자의 특성상, 정보 접근이 제한돼 있고 주류사회 일원이 아니라는 심리적 위축 때문에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족 내에서도 세대간 단절과 소통 부재로 자녀에게 의존하는 것을 꺼린다. 경제 활동을 중단한 후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부모에 대해 자녀가 답답함을 느끼고 멀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가영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대학 아시안아메리칸학 교수는 “한인 노인들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동포 커뮤니티로부터 소외되는 ‘이중 고립’을 겪는 패턴이 자주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한인 타운에서만 일하고 생활하는 이민 1세대의 정착 과정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인력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을 늘 겪는 한인 단체에만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공공복지 서비스의 한국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사회복지 제도 설명회를 꾸준히 개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트로 애틀랜타 한인 거주 노인아파트 | ||
지역 | 이름 | 주소 |
애틀랜타 | 매리안 아파트먼트 | 760 Sidney Marcus Blvd NE |
허스사이드 브룩리 | 2282 Johnson Ferry Rd NE | |
피드몬트 로드 하이 라이즈 아파트먼트 | 3601 Piedmont Rd NE | |
캠벨 스톤 아파트먼트 | 2911 Pharr Ct | |
캠벨 스톤 샌디 스프링스 아파트먼트 | 350 Carpenter Dr NE | |
더 쥬이시 타워 | 3160 Howell Mill Rd | |
애쉬포드 랜딩 시니어 레지던스 | 3511 Donaldson Dr NE | |
스털링 플레이스 | 144 Allen Rd NE | |
챔블리 시니어 레지던스 | 3381 Malone Dr | |
브라이어클리프 옥스 | 2982 Briarcliff Rd NE | |
아티바 피치트리 55+ 액티브 시니어 리빙 | 5255 Peachtree Blvd | |
디케이터 | 아헤파 원 아파트먼트 | 2025 Ludovie Ln |
릴번 | 귀넷 크리스찬 테라스 | 414 Berkmar Way NW |
릴번 테라스 | 420 Hillcrest Rd | |
브룩헤이븐 | 애쉬포드 랜딩 아파트먼트 | 3521 Blair Circle NE |
스넬빌 | 레인보우 하이츠 | 2165 Ross Rd |
노크로스 | 브래드포드 귀넷 아파트먼트 | 100 Castor Dr |
둘루스 | 메인스트릿 브레킨리지 | 3500 Breckinridge Blvd |
로렌스빌 | 애플우드 타워 I, II, III | 150 Applewood Dr, 170 Applewood Dr, 180 Applewood Dr |
라즈웰 | 베란다 그로브웨이 | 735 Myrtle St |
챔블리 | 멀시 파크 아파트먼트 | 5124 Peachtree Rd |
마리에타 | 월튼 르네상스 온 헨더슨 | 55 Henderson St SW |
더 타워 앳 돌시 매너 | 212 Lemon St NE | |
리트리트 앳 돌시 매너 | 118 Haynes St | |
스머나 | 벤슨 매너 | 2348 Benson Poole Rd SE |
알파레타 | 도그우드 스퀘어 | 555 Janis Ln |
더 맨션 앳 알파레타 시니어 인디펜던트 리빙 | 3700 Brookside Pkwy | |
클락스톤 | 스턴스 시니어 커뮤니티 | 3543 Clarkston Industrial Blvd |
존스크릭 | 허스사이드 잔스크릭 | 11340 Medlock Bridge Rd |
슈가힐 | 홀 플레이스 | 604 Hall Pl |
터커 | 허스사이드 클럽 앳 터커 | 4358 Lynburn Dr |
뷰포드 | 차터 시니어 리빙 오브 뷰포드 | 4450 Old Hamilton Mill Rd |
샌디스프링스 | 서머비 샌디스프링스 시니어 리빙 | 25 Glenlake Pkwy NE |
던우디 | 더 피닉스 앳 던우디 | 4484 N Shallowford Rd |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