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들 정신상태 장기간에 걸쳐 악화했지만, 부모는 무관심”
WSJ “살인에 대한 부모의 직접 책임 인정한 평결…법적 논란 소지”
고등학교에서 총기로 다른 학생을 살해한 10대 소년의 모친이 살인죄 유죄 평결을 받았다. 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직접 관련이 없는 부모의 살인 혐의가 인정된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미시간주(州)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니퍼 크럼블리(45)에게 유죄를 평결했다고 보도했다.
피고인은 지난 2021년 오클랜드 카운티 옥스퍼드 고교에서 학생 4명을 숨지게 한 이선 크럼블리의 어머니다.
범행 당시 15세였던 이선은 이미 1급 살인죄 등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총격 사건에 직접 관련이 없는 모친까지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것은 아들의 범행 의사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예방 조처를 하지 않아 사실상 범행을 방조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총격 사건 발생 당일 이선의 담임 교사는 부모를 긴급 호출했다. 담임 교사는 이선이 수학 노트에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을 그린 뒤 ‘목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도와달라’는 글을 쓴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학교에 불려 간 크럼블리 부부는 상황 설명을 들은 뒤에도 아들을 조퇴시키지 않았다. 부부가 학교를 떠난 뒤 아들은 총기를 난사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 ‘부모의 무관심으로 아들의 정신적인 문제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악화했고, 결국 총기 참사를 유발했다’는 취지로 부모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부모님은 정신과 상담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 말을 무시한다”는 내용이 적힌 이선의 일기장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사건 당일 아들이 조퇴하고 싶다고 말했다면 집으로 데려왔을 것이지만, 학교에서도 조퇴를 요구하지 않고 선택권을 줬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11시간의 숙의 끝에 모친에게도 총기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오는 4월 형량을 선고할 계획이다. 최대 15년형까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친에 대한 평결은 다음 달에 내려질 예정이다. 부친은 범행에 사용된 권총을 아들과 함께 구매했고, 권총을 보관한 침실 서랍을 잠그지 않았다.
한편 미국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살인에 대한 부모의 직접적인 책임을 인정한 이번 평결이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슈워츠 미시간 쿨리 로스쿨 교수는 “자녀가 범죄를 저지를 때 집에 있는 각종 물건을 사용한다면 부모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