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전역의 주거용 임대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 임대료가 치솟은 상황에서 고급 주택의 임대료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를 떠난 IT(정보기술) 업체들의 새로운 본거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텍사스 오스틴의 경우 월 5천~8천 달러 수준이었던 고급 주택의 임대료가 20%가량 떨어졌다. 시카고에선 신축 고급 아파트 개발업자들이 세입자를 유인하기 위해 계약 시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고급 주택의 공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대료가 폭등하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주택 건설에 나섰고, 이후 완공된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비중이 큰 고급 주택 임대료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미국 전체 주택 임대료 상승률은 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 폭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료의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야디(Yard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산층과 저소득층 대상 주택의 임대료는 전년 동기에 비해 2% 상승했다. 특히 캔자스시티나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의 경우 임대료가 3~6%나 뛰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에 비해 현재 주택 임대료가 20% 이상 급등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상승 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SJ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중산층과 저소득층 대상 임대 주택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기간 건축비가 급상승한 상황에서 많은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임대주택 건설을 포기하고, 부유층 대상 고급 주택 건설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산층과 저소득층 대상 임대 주택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오스틴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인 칼리 귀마라에스는 “고급 주택의 경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지만, 중산층을 상대로 한 주택은 수요가 훨씬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