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을 맞아 이민 정책이 다시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서류미비자들에 대해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킨다” “미국 국경이 대량 살상무기가 되고 있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런가하면 연방의회에서는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설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반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연방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실 선거철만 나오면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행보는 언제나 있던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의회와 주정부가 “반이민 정책 강화”와 “국경 폐쇄”에 집착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이민자들에게도 문제가 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먼저 정치권이 멕시코 국경 문제에만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경의 난민 문제는 이민정책의 일부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을 받고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수 있는 합법이민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 (AILA) 고민인 안젤라 켈리(Angela Kelley) 변호사는 “정치권은 국경 폐쇄 이외의 포괄적인 장기 이민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경 난민 문제 때문에, 합법이민을 더디게하는 복잡한 이민절차 개선 과제 및 신규 이민자 지원책도 실종됐다. 켈리 변호사는 “현재 망명과 비자를 비롯한 시스템이 복잡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개선하는데 관심이 없다”며 “장기적인 이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자 지원단체 CHIRLA의 루피나 마르티네즈(Lupita Martinez) 사무총장은 “미국에 새로 도착한 이민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며, 경제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 정책 문제가 우크라이나, 대만 및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자금 법안과 연계된 것도 문제다. 공화당은 국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등의 외국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이민 문제를 ‘인질’로 삼고 있고 있다. 그 결과 의회에서 전체적인 이민 정책 개선은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연방의회가 국경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기존 이민정책 및 비자 문제의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워싱턴 DC의 이민자 권리옹호 비영리 단체 ‘America’s Voice’의 바네사 카르데나스(Vanessa Cardenas) 사무총장은 이민 문제가 정치권 논쟁이 되고 있지만, 미국민들이 이민 그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민들은 DACA(추방유예정책) 수혜자인 ‘드리머’(Dreamers)에 대한 특별 대우를 지지하고 있으나, 다른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르데나스 사무총장은 미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민정책 개혁이 필요하다며, 그 이유는 이민 문제에 대한 미국민들의 입장이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회에서 벌어지는 국경 난민 문제 속에서, 한인 등 합법 이민자들의 고충은 실종됐다. 지금 미국에는 현대, 기아, 한화, SK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미국에 입국하거나 영주권,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고등교육, 고소득자 한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복잡한 이민절차, 한정된 비자 쿼터 때문에 기다림의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 세운 나라다. 정치권은 본질에서 벗어난 ‘국경 난민’ 문제에 합의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현재 이민적체 및 복잡한 이민절차 개선에라도 하루빨리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