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임 때 메릴랜드 연방지검장에 임명돼 기밀유출사건 다뤄
조 바이든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한 한국계 로버트 허 특별검사(51)가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현직 대통령의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을 조사해 결과를 공개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자료 유출·보관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았음에도 기소할 사안은 아니라는 ‘미묘한’ 판단을 내렸다.
허 특검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큰 걸림돌로 꼽히는 고령(81)에 따른 인지력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 같은 조사 보고서 발표에 대해 대선에서 맞대결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격렬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번 사안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는 양상도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유사 혐의로 기소됐음을 상기하며 “이중적 정의 시스템과 위헌적이며 선택적인 기소가 이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오후 8시께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특검의 ‘기밀 고의 보관’ 결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기억력에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2019년 11월 21일 캐서린 퓨 전 볼티모어 시장을 기소한 후 기자회견하고 있는 로버트 K 허 검사. 로이터
부모가 한국계인 허 특검은 1973년 뉴욕시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영어와 미국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대법원장과 앨릭스 코진스키 전 연방항소법원 판사의 재판연구원을 지냈다.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재판연구원은 로스쿨 최상위 성적 졸업자들이 갈 수 있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메릴랜드 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하며 조직 폭력, 마약 밀거래, 불법 무기 소지, 화이트 칼라 범죄 등 다양한 사건을 맡았다.
이후 법무부에서 일하면서 현재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재임중인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법무부 차관보의 보좌역을 맡기도 했다.
이어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임명돼 이듬해 4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지검장직을 수행했다.
메릴랜드 연방지검장 재직 시절 국가안보국(NSA) 하청 계약자 해럴드 마틴의 기밀정보 절취 사건을 기소하며 기밀 유출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연방지검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지만 유명 로펌인 깁슨 던 앤드 크러처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던 중 작년 1월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의해 현직 대통령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을 규명하는 특검으로 임명됐다.
현재 야당인 공화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국가기밀 유출 사건 기소 경력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최고 권력자에 대한 조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발탁 배경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