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인구 대이동이 벌어지는 중국 춘제(春節·설날)에도 부부가 각자의 고향을 따로 찾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
11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샤오싸(이하 가명)와 남편은 2019년 춘제 때부터 5년째 따로따로 귀성길에 오른다. 부부 사이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자기 입장을 포기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샤오싸는 “부부관계에서 소통은 1순위”라며 “무척 많은 집이 줄곧 남편의 고향에 가서 설을 쇠는데, 어느 날 당신이 ‘각자의 집으로 가자’고 하면 남편은 ‘내가 어쨌다고 당신은 당신 집에 간다는 건가’라고 의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샤오싸는 결혼 직후 남편과 이 문제를 의논했다. 춘제에 각자 고향에 가는 문제는 순조롭게 정리됐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이런 새로운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의외로 양가 모두 동의했다.
결혼한 지 15년이 된 허징은 항상 친정 부모와 새해를 맞는다. 고향인 중부 산시(陝西)성에 사는 부모는 그가 사는 남부 광저우에서 손자 양육을 도와주고 있고 설도 광저우에서 쇤다. 춘제가 되면 남편은 혼자 자기 고향으로 간다.
허징은 “우리는 이런 방식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며 “양가 어른들 모두를 돌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설날 을 앞두고 춘절 귀성객들이 기차역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로이터
아들딸 하나씩을 키우고 있는 류거 역시 친정 부모가 자기 집에 와서 명절을 지낸 지 오래됐고, 주변 친척이나 친구도 그러고 있다며 “우리 집의 일은 내가 처리하고 남편 집의 일은 남편이 처리하면서 각자의 삶을 잘 살면 된다”고 전했다. 친정 쪽과 식습관이 다른 시댁 식구들과 남편은 따로 춘제 연휴를 보낸다.
물론 섣달그믐(설날 전날)부터 설날까진 남편의 고향에서, 그 이튿날부터 친정에 가는 전통이 여전히 남아있는 지역도 있다.
결혼 2년 차인 징징은 지난해 이렇게 남편의 고향 집에 다녀온 뒤 올해는 ‘각자의 고향에 가자’는 의견을 냈지만 손주를 보고 싶다는 시부모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심 딸과 함께 새해를 맞고 싶어 했던 친정 부모도 사돈이 혹시 좋게 보지 않을까 봐 ‘식구끼리 떨어지는 건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고 징징은 전했다.
샤오싸 역시 남편의 고향을 우선시하는 ‘전통’을 강조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숱하게 듣고 있으나 “전통적 관념에 얽매일 수는 없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향에 가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자기 부모이기 때문이다.
중국신문망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엔 일종의 ‘절충안’도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 귀성하는 대신 한 해씩 번갈아 가며 고향 방문을 하는 경우나 양가 부모를 모두 모시고 여행을 가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