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곰 인형 때문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
뉴욕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한인 업주가 만들어주는 ‘테디 베어(teddy bear)’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11일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엣시(Etsy)’에서 수제 곰 인형을 제작해 판매하는 진 김(64) 씨의 삶을 소개했다.
김씨가 만드는 곰 인형은 특별하다.
아기 담요, 낡은 셔츠, 천 조각 등이 곰 인형 제작에 쓰인다. 피가 묻어 있는 옷도 있다. 누군가를 추억할 수 있다면 모든 게 곰 인형의 소재다. 이러한 천 조각은 추억이 담긴 인형으로 재탄생한다.
김씨는 “아기를 일찍 떠나보낸 한 엄마가 추억을 위해 자녀에게 덮어주었던 담요와 아기 사진을 보내왔다”며 “너무 슬퍼서 마음이 아팠는데 아기를 추억하기 위해 그 담요로 곰 인형을 만들어 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헌옷으로 제작한 테디베어들. 엣시 캡처
김씨는 원래 뉴욕 월스트리트와 뉴저지 등에서 30년간 식당을 운영해왔다. 재봉틀을 다시 잡게 된 건 팬데믹 사태 때문이었다. 운영난으로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사업을 접고 당시 3살이었던 손자 루카스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 인형을 만들어주려고 재봉틀을 잡게 됐다”며 “그때 딸이 수제 곰 인형을 보고 너무 좋아하면서 비즈니스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던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평생 요식업계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업종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그때 김씨의 딸이 어머니가 만들어준 곰 인형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주문을 받게 됐다.
곰 인형 제작 업체 ‘진스베어스LLC’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2021년의 일이다.
김씨의 엣시에는 아버지의 셔츠로 테디베어를 만든 고객의 사진(왼쪽)과 할머니의 담요로 만든 테디베어를 안고 있는 손자의 사진들이 리뷰에 올라와 있다. 엣시 캡처
창업 1년 후 김씨의 집에서 시작된 진스베어스는 뉴저지주 팰리세이드파크 지역으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했다. 현재는 4명의 직원도 두고 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냈던 딸 그레이스는 현재 파트너로 함께 일하는 중이다.
김씨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누군가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옷이나 천을 보내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이 일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진심에서 비롯되는,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라고 전했다.
현재 김씨의 수제 곰 인형은 ‘엣시’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개업 이후 엣시에서만 7000개 이상의 곰 인형을 제작해 판매했다. 지금은 곰 인형뿐 아니라 베개, 나비넥타이, 아기 이불, 하트 장식품 등 다양한 제품도 제작 중이다. 곰 인형의 경우 크기 등에 따라 68~85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91년 남편, 당시 2살 된 아들과 함께 뉴저지로 이민을 왔다. 처음에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다 이후 일식당을 개업했었다.
LA지사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