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던 4월에 나는 결혼하였다. 그날, 북악 스카이웨이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성북 구민회관은 북한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고 만개한 벚꽃이 가는 길마다 축복하듯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다.
싱글벙글 웃는 신랑과 예쁘다 소리가 좋아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얼굴 가득 드러내며 축하받고 감사하며 행복했다. 복잡한 시내 예식장은 싫었고 봄날이라 좋다는 예식장은 이미 예약이 다 되어 있어서 오히려 잘됐다 싶어 선택한 곳인데 화려한 조명과 장식은 많지 않았지만 번잡하지 않고 벚꽃으로 둘러싸여 화사한 마당에서 여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하객들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던 날로 기억한다.
언니의 큰아들이 4월에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결혼 전 1년 동안 언니네 집에서 지내는 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유난히 더 맘이 가는 조카의 결혼 소식에 불현듯 싱그럽고 따스했던 나의 그날이 떠올라 혼자 기분좋게 웃어본다. 요즘의 많은 청춘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늦추며 혼자 맘껏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어한다 하니 조카의 결혼 소식은 오랜만에 들려온 집안의 경사임에 틀림없다.
한창 젊은 나이의 남녀는 보기만 해도 이쁘고 싱그러운데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바라보고 손잡고 미래를 함께 하기로 마음을 나누며 찍은 웨딩 화보 속 조카와 신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대견해 보였다.
미래를 꿈꾸며 취직하기도 어렵다고 결혼은 생각도 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위를 봐도 확실히 요즘은 비혼도 가능하고 아이도 갖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한 미래가 그려지는게 사실이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학업을 마치고 열심히 준비한대로 취직을 하고 그렇게 사회에 나와 필요한 사람이 되어 일하고 성과를 내며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고 그렇게 때가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돌보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를 일이다.
젊다는 것 만으로도 인생에 두려울 것 없었고 실패도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하며 주저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찾아 씩씩하게 세상속으로 뛰어 들던 우리는 불안하고 미완성된 모습으로도 함께 사랑하며 살겠노라 약속하고 결혼을 했던 것 같다.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젊은 청춘들은 결코 사랑만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함께 해나가자며 결혼을 결심하는 일은 더이상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 말한다. 더군다나 남녀 모두 개인의 능력 껏 일을 하고 수입을 갖게 되니 가정을 이루면서도 경제적인 문제는 두 사람 합의에 따라 각자 관리하는 일도 많다 하고 집안에서 함께 사용되어지는 물건은 두 사람의 수입에서 일정액을 공동 부담하고 각자의 사생활에 필요한 것들이나 양가 부모님께 쓰여지는 돈에 대하여도 꽤나 진지하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간다 한다. 아이를 갖고 낳는 일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라 하니 결혼의 의미가 많이 달라져 보인다.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는 좀더 일찍 태어나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키운 일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남편과 나는 부유하고 넉넉한 집안의 사람들이 아니었어도 돈 걱정하며 아이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는데 언제부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일이 되어 있는건지 마음 한 켠이 무겁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며 살아 가는 일이 힘들만큼 사회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도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변화되어 갈 것이다. 그 변화에 맞춰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모습도 달라지겠지만 남녀의 사랑과 결혼, 아이의 출산과 양육이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임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결혼합니다! 라며 기쁜 소식을 들려주기 바라본다.
4월에 만개할 벗꽃처럼 화사한 여인과 결혼하게 되는 조카에게 힘찬 응원과 사랑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