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추운 날씨가 되면 대도시에서는 홈리스(노숙자)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도서관 등에 난방센터를 가동하고 홈리스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해 동사나 변사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많은 한인들이 노숙자를 동정하면서도 귀찮아한다. 일하기 싫거나 마약에 중독되어 홈리스가 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심지어 정부나 사회에서 홈리스들을 도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일정부분은 맞는 말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홈리스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UC샌프란시스코(UCSF)에서 실시한 홈리스 연구조사는 답이 될수 있다. UCSF베니오프 홈리스 주거연구소(Benioff Homelessness and Housing Initiative)가 최근 발간한 캘리포니아주 홈리스 경험 연구보고서(CASPEH)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홈리스가 되기 6개월 이내에 가정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을 겪었다고 답했다. 물론 홈리스가 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할수 있다. 그러나 응답자의 20%는 순전히 가정폭력 때문에 집을 떠났다고 답했다. 가정폭력이 홈리스를 만드는 주된 이유의 하나인 것이다.
UCSF 교수인 아니타 행그레이브 박사(Dr. Anita Hargrave, Assistant Professor)는 “가정폭력 경험자의 42%는 주거 상실의 위험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가정주부이거나 따로 직업이 없기 때문에 집을 떠나면 경제능력을 잃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95%는 높은 주거비 때문에 살 집을 찾을수 없다고 답했다.
따라서 그는 “아주 작은 액수의 주거비 지원만으로도 홈리스를 줄일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 경험자의 73%는 2년동안 매달 300-500달러의 지원금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는 3000-5000달러의 일시불 지원금 지불, 또는 렌트비가 상대적으로 싼 정부지원 거주지 공급도 가정폭력 피해 홈리스들에게 큰 도움이 될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에서 한때 홈리스 생활을 경험했던 데지레 마르티네즈(Desiree Martinez) 씨는 가정폭력 때문에 거리로 나왔지만 여성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거비 30% 할인 바우처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길거리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동의했다.
뉴욕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비영리단체 도심지원센터(URINYC)의 제니퍼 화이트-레이드(Jennifer White-Reid) 사무총장은 지적한다. 2021년부터 1년간 뉴욕시 전체에서 가정폭력 관련 살인사건은 29%가 증가했으며, 특히 브루클린은 225%, 브롱크스는 57%가 늘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러한 가정폭력이 뉴욕시의 홈리스 및 사회문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악순환을 줄이려면 젊은이들을 위한 가정폭력 방지 및 건전한 관계 조성 교육, 그리고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리적 학대가 아닌 경제적 학대(economic abuse)도 가정폭력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등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위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98%가 경제적 학대를 겪고 배우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URINYC는 지난해 뉴욕 인권법 제정을 통해 경제적 학대를 가정폭력의 하나로 정의하는 법을 통과시키는데 기여했다.
이제 대도시 한인타운에서 홈리스는 피할수 없는 문제다. 이들을 싸잡아서 마약중독자, 게으른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와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미국에서는 잠깐의 문제만으로 경제적 어려움 또는 집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홈리스 문제를 외면하기보다는 직시하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