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농지 소유금지’ 조지아 법안 논란

중국 등 위해국 비시민권자 대상
“이민 커뮤니티 차별” 목소리
한인들에도 영향 미칠 수 있어

올해 조지아 주 상·하원에 중국 등 특정 국가 출신의 토지 및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상정돼 아시아계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되는 법안은 ‘SB 420’과 ‘HB 1093’으로 ‘농업: 특정 외국인·독립체의 토지 획득 금지’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법안 이름에 ‘농업(Agriculture)’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얼핏 보면 농업관련 법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지아의 아시아계 비영리단체들은 이를 “특정 국가 출신 이민 커뮤니티를 차별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체들은 지난 20일 챔블리 한 중식당에서 아시아계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법안을 설명하고 시민들이 어떻게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아시안 아메리칸 애드보커시 펀드(AAAF),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지부, 아시안 부동산중개인협회(AREAA) 메트로 애틀랜타지회, 조지아 AAPI(아시아·태평양계) 허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로, 미쉘 아우 주 하원의원, 롱 트랜 주 하원의원 등이 참석해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또 중국계 젊은이들이 다수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반중국·반아시아 정서 조장= 두 법안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며, 연방 상무부가 정한 ‘위해국’과 관련된 사람에 대해 오는 2027년 7월부터 조지아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무부는 중국, 이란, 북한, 쿠바,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을 위해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AAAJ 애틀랜타지부의 톰 판 정책 담당자는 두 법안이 ‘농지’라는 표현을 앞세웠으나 거주 환경에도 영향을 미쳐 “출신 국가를 이유로 개인을 차별하는 공정주택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해국으로 지정된 나라와 거래하는 조지아 기업이 피해를 받을 수 있으며,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보다 개인에게 끼치는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이 법안은 반중국, 반아시아 정서를 조장한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유학생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주 있었던 공청회에 조지아텍 관계자들도 참석해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 기숙사에 중국 국적 유학생을 받으면 문제가 되는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허 부동산 전문인이 중국계 농지소유 금지 법안들로 인해 한인사회가 받을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AREAA의 대표로 참석한 한인 팀 허 부동산 전문인은 “현재까지 나온 법안을 보면 한인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한인들도 “엮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한인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세입자를 구할 때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안에 명시된 ‘합법적 거주자(legal resident)’와 ‘소유 지분(possessory interest)’이라는 표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히 누가 영향을 받을지 모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조지아의 대표 농산 수출물인 닭 등의 가금류는 중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다. 이때 중국으로 수출되는 닭고기가 생산된 닭공장의 주인 또는 해당 토지의 지분을 소유한 사람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농지뿐만 아니라 주거지에 있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가령 한인 집주인이 조지아에서 중국인 세입자를 받는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시안 부동산중개인협회를 대표해 주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했다며 “아시안들이 들어오니까 의원들이 놀라더라.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서 반중국 정서를 느꼈다. 목록에 포함된 다른 나라는 모르면서 오로지 중국만 언급했다”고 전했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