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카운티, 블록 카운티와 지하수 협약
지역 주민들, 지하수 고갈·싱크홀 발생 우려
친환경 전기차 생산이 오히려 환경파괴 초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EV)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를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근 지역사회와 공업용수 취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공장 소재지인 브라이언 카운티는 인근 불록 카운티의 지하수를 뽑아 쓴다는 계획인데 지하수 수위 저하는 물론 싱크홀(땅꺼짐) 우려까지 제기됐다.
애틀랜타 저널(AJC) 23일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언 카운티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메타플랜트 본격 가동을 앞두고 공업 용수 수요가 크게 늘 것을 우려해 최근 북서쪽에 인접한 블록카운티의 급수전 4곳에 대한 사용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브라이언 카운티는 하루 최대 665만 갤런의 용수를 공급받는다.
공장 소재지는 사바나 해안과 맞닿아 있지만, 조지아 환경보호국(GEPD) 규정상 해수를 끌어다 쓸 수 없다. 환경 당국은 사바나 해안 지역에서 바닷물을 과도하게 끌어쓸 경우 지하수를 품은 지층(대수층)으로 염분이 들어와 식수가 오염될 우려가 있어 2013년부터 해수 취수를 제한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 협력업체들이 다수 위치한 채텀 카운티와 에핑햄, 브라이언 카운티 모두 해수 사용 규제를 받고 있다. 주 정부는 저수량 9700만 갤런의 사바나 저수지를 2018년 완공, 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브라이언 카운티와 블록 카운티의 협약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농업 용수 부족을 우려하고 나섰다. 전기차 공장 건설이 시작되기 전 땅콩, 면화 등의 농업은 지난 200년간 사바나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어왔다. 6대째 농업에 종사 중인 주민 레이 데이비스는 AJC에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약 3만 달러를 들여 다시 상수도를 증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더 깊은 곳의 물을 끌어오려면 전기료도 더 많이 든다.
또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도로 함몰 등 주변 지반이 불안해질 수 있다. 물이 빠진 자리의 지반이 약해지며 땅이 가라앉는 싱크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레이차드 조지아서던대학 교수(수자원학)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불록 카운티에는 최소 3개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레이차드 교수는 “취수 펌프를 가동하기 전까지는 지층에 몇 개의 잠재적 싱크홀 위험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주민 불안이 커지자 GEPD는 지난 19일 공청회를 열어 공업용수 협약에 대해 몇 가지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불록 카운티와 브라이언 카운티는 농민의 용수 비용 지원을 위해 공동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또 협약의 유효기간을 25년으로 제한하고, 지하수 보존을 위해 댐이나 광역상수도 등 지표수 개발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