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발급 시 유권자 자동 등록
“DDS 정보가 가장 정확” 반론 쏟아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 등 유색인종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도입했던 운전면허 발급과 동시에 이뤄지는 유권자 자동 등록제가 조지아주에서 폐지될 위기를 맞고 있다.
조지아 상원 윤리위원회는 22일 유권자 자동 등록제 폐지 법안(SB 221)을 찬성 6표 반대 5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맥스 번스 윤리위원장은 “운전면허 발급자에 대한 일괄 자동 유권자 등록으로 인해 중복 투표의 소지가 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조지아주는 2016년부터 연방 정부 지침에 따라 유권자 자동 등록제를 시행해 왔다. 전국 24개 주가 자동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법안은 아울러 유권자 자격 시비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공화당은 위장전입자 또는 비시민권자등 무자격 유권자 다수가 지난 대선 당시 투표장에 나왔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이같은 주장을 내세워 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즉각 유권자 자격 문제를 검토하도록 관련 법 조항을 바꾸었다. 공화당은 2021년 누구든지 횟수 제한 없이 유권자 자격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앴다. 이후 10만명 이상의 이의 제기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졌다. 조지아 유권자 규모가 800만명임을 고려하면 80명 중 1명 꼴로 자격 시비에 휘말린 셈이다.
자동 등록제 폐지 법안은 민주당은 물론 주 선거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비판하고 있다. 사이라 드레이퍼 하원의원(민주·애틀랜타)은 “선거 보안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린 맥고완 공화당 자문위원 역시 “조지아 운전면허국(DDS)의 데이터베이스는 가장 정확하고 유권자를 관리할 수 있는 최신의 도구이자 시민권 여부 확인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조지아주 선거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DDS에서 매년 발급되는 운전면허증의 대부분(79%)은 신규 등록자가 아닌 갱신자다. 주민들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보유한 기관이 DDS라는 것이다.
양당이 서로의 투표율에 미칠 수 있는 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와중, 정작 필요한 법안 심의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상원에는 주소지가 불분명한 노숙인 유권자가 투표할 경우 카운티 법원 주소를 적도록 허용하는 법안, 유권자를 상대로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짜영상)를 퍼뜨리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 등이 상정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