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방문객 8만명 육박·자격입증 모호·위헌 가능성도
앞으로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에 들어갈 때 경찰이 방문 목적을 묻거나 출입을 막을 수도 있다.
노숙인 증가로 골머리를 앓아온 하츠필드 공항의 일반인 출입 통제시간이 하루 24시간, 연중 무휴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애틀랜타 시의회는 지난 19일 공항 이용 및 출입을 24시간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공항 당국은 향후 60일 내에 24시간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일반인들에게 공항 출입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항공권, 신분증 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새 조례에 따르면 항공기 탑승객과 동반자, 공항 내 시설 종사자, 입출국인 인솔자, 마중·전송자 등만 공항 출입이 가능하다.
하츠필드 공항은 2018년부터 안전을 이유로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 30분까지 탑승객과 공항 내 근로자를 제외한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해왔다. 공항 측 추산에 따르면 하루 300여명이 공항에서 노숙을 한자. 국내선 청사에서만 노숙인이 하루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 조례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8만명에 육박하는데다 탑승객 규모, 항공기 운항 횟수 등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임을 감안할 때 공항 방문을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버 등 택시업계가 손님 배차 전 공항에서 대기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무엇보다 “공항 방문객이 탑승객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자격 요건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틀랜타 경찰의 개리 하퍼 커뮤니티서비스국장은 향후 한 달 안에 세부 지침을 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필요 이상의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레즈 웨그스팩 엠브리-리들 항공대 교수는 “경찰의 기존 권한이 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데 그쳤다면, 새 조례는 경찰에게 시민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바라 리치먼 항공산업 전문 변호사 역시 홈리스로 인한 공항 내 이용객 불편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시민들의 출입까지 통제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 검문은 “외관상 항공기 탑승객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을 상대로 한 위헌적 차별이 될 수 있다.
공항 출입 제한은 조지아주의 상징으로서 하츠필드 공항이 갖는 의미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공항에서는 다양한 시민 공개행사가 열린다. 지난해 한인 이민 120주년 행사가 국제선 터미널에서 열려 태평무, 한복 퍼레이드 등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난달 19일 마틴 루터 킹 데이를 계기로 그의 생애를 기리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웨그스팩 교수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비행기의 이착륙 광경을 구경하러 가던 곳이 공항”이라며 “시설이 가지는 공공의 기능을 잃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