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교육부·옥스퍼드대, 한국어 교육 공동 연구… “정규 과정 한국어 편입 목표”
세계적 권위의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떡볶이·찌개 등 한식 관련 단어가 대거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간하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의 한국어 컨설턴트인 조지은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영어권에서 한식 관련 단어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달고나’와 한국 드라마를 통해 많이 알려진 ‘떡볶이’·’찌개’ 등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음식 단어들이 줄줄이 들어갈 것 같다”며 “영국 초·중·고생들도 한국 문화에 관해 얘기해보면 한식에 관심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식문화가 영국에 깊숙이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고급 백화점 식품관 진열대에도 자체 해석한 비빔밥이 진열돼있고 아시아 식당이 아닌 곳에서도 ‘코리안’이란 이름이 붙은 메뉴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형’·’막내’와 같은 호칭어도 등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역시 한국 드라마 영향”이라며 “한국어가 영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영국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조지은 교수 제공
조지은 교수는 옥스퍼드대 동양학 연구소와 하트퍼드 칼리지 소속 정교수로 언어학과 번역학 등을 가르치며 한국어를 통한 한류 확산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2021년 ‘먹방’, ‘치맥’, ‘김밥’, ‘대박’ 등 한국어 단어 26개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무더기로 오르면서 영어권 사용자들의 생활에 한국 문화가 많이 스며들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류 확산에 따른 한국어 인기는 영국 교육부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교육부는 다른 유럽 언어를 선택하는 학생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한국어는 정규과목이 아닌데도 최근 몇 년간 자발적 학습자가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는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팀과 올해 공동 연구를 시작했으며, 결과가 나오면 다른 외국어 교육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5일 런던 본부에서 외국어 교육 정책 담당관, 조 교수, 안희성 주영한국교육원장이 모인 가운데 중간 점검을 하면서 분석관을 2명 추가 투입기로 했다.
지난 23일엔 조 교수와 안 원장이 연구를 위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매너필즈 크리스천 스쿨을 방문해서 한국어 학습 학생들을 면담했다.
이 학교는 런던 시내에서 차로 7시간 넘게 떨어진 소규모 초·중학교로, 그동안 불어와 중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다가 작년 9월부터는 중국어를 한국어로 교체했다.
주영한국교육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새로운 언어와 문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전 기회를 주기 위해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국 퀸 캐서린 아카데미 한국어 수업 학생들. 주영한국교육원 제공.
이날 연구 면접에 응한 학생 A(11)는 “혼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휴대전화 앱으로 공부한다”며 “나중에 크면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 B(11)는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인데 예전 BBC 다큐멘터리에서 한국 학교 수학 수업을 보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 수학을 배우면 영국에서 수학 우등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외국 도시 중에 뉴욕과 서울을 가보고 싶은데, 사실 서울이 더 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생 C(9)는 “한국 대학교에 다닌 뒤 한국에서 일하며 집을 사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얼마 전만 해도 ‘한국’을 뜻하는 ‘K’가 쿨하다는 의미 정도였는데 이젠 아이들이 한국에 판타지를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꽤 어린 나이에 시작되고 있어서 앞으로 10년 후엔 이 학생들이 한국의 위상과 국제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한류가 늦게 상륙했지만, 문화 특성상 일단 시작하면 속도가 빠르고 오래 가는 것 같다”며 “지금 시기에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조 교수는 올해 옥스퍼드대 여름 캠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 코스 신설을 성사했다. 이는 옥스퍼드대 진학을 희망하는 전국의 최우수 공립 고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서 하는 행사다.
안희성 원장은 “장기적으로 영국 학교 정규 외국어 교육과정 및 시험에 한국어를 추가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어 교육을 기반으로 영국 유학생 유치 등의 교류도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