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교육부 조사서 33% 응답
한인학생 성취 압박도 심해
귀넷 카운티에 거주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가정 불화나 부모의 이혼 등 가족 문제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학생들의 경우 가족 문제에 더해 평균 이상의 학업 성취 압박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지아주 교육부(DOE)가 매 학년도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한인 청소년이 주로 다니는 귀넷 카운티 내 공립학교 2022~2023학년도 6~12학년 재학생 6만 630명 중 33%(2만 15명)가 가족문제를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가족문제가 학업 부담, 성적 압박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최근 12개월 간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하거나 시도한 주된 이유로는 가족문제가 1위로 꼽혔다. 가족문제로 인해 자해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5166명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20여개 대학 지원서를 냈다고 밝힌 라벤더 안(밀크릭고교 12학년)은 가장 큰 스트레스로 “부모로 인해 초래되는 학업 압박”을 꼽았다. 또 미술 전공을 원했을 때 진로를 두고 부모님과의 갈등이 컸다고 밝혔다. 재클린 권(월턴고교 10학년) 또한 “결과를 과정보다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을 대표적 가족 문제로 들었다.
이민자 부모가 느끼는 신분과 생활의 불안은 자녀에 대한 과도한 성취 압박으로 전가된다. 이민자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타국에서 몸바쳐 일한다는 ‘희생 신화’를 강조할 경우 성취 억압은 심리적으로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학교와 가정이 모두 결과지향적 문화에 빠지면, 청소년은 정신 건강을 ‘덜 중요한 문제’로 여기게 된다. 안 양은 “대학을 인생의 결승점으로 보게 되면서 그곳에 먼저 도달한 뒤 추후 내 건강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성소수자(LGBTQ) 등 다른 소수자 정체성 문제가 인종 문제 위로 포개질 때 가정과 학교 내 이중의 고립은 더욱 심해진다.
조아라 아시아계학생연합회(ASA) 대표는 정치인의 차별적 발언이 공론화되고 제도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청소년이 두려움을 느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종과 젠더, 가난에 대한 혐오는 분리되지 않는다”며 “다양한 유형의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소수계 인종 가족을 배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